창간에 부쳐

국제 언론판에는 현장과 관련한 오랜 논쟁이 있다. 

‘뉴스가 나는 곳에 기자가 가는 것이냐’ 대 ‘기자가 가는 곳에서 뉴스가 나는 것이냐.’ 

이 중 후자는 15~17세기 대항해 시대 서막을 알린 로마의 장군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했다는 유명한 말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에 빗대어, ‘제국주의시대 탐험가’와 자신을 동일시한 외신기자 혹은 특파원들의 자의식을 꼬집기 위해 생긴 말이라고들 한다. 

한국 언론 80년 역사, 특파원 제도는 실패했다

강대국 중심, 수도권 중심 언론관에서 ‘기자가 가는 곳에서 뉴스가 난다’는 정신은 여전히 살아서 우리가 소비하는 뉴스의 프레임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기자가 뉴스 현장에 가야 한다’는 전자의 주장보다 시간과 비용을 따졌을 때 수지타산을 생각하면 타협의 여지가 높은 쪽이기도 하다. 실제 국제뉴스를 들여다 보면, 대규모 국제정치행사, 대형 사건 사고와 전쟁, 재난, 테러 현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뉴스는 ‘기자가 가는 현장에서 난’ 뉴스가 많다. 특파원이 있거나 지국이 있는 아시아 수도권에서 더 많은 뉴스가 생산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런 한편 뉴스임에도 불구하고 주목받지 못하는 정치행사, 사건 사고와 전쟁, 재난, 테러 현장도 있다. 인도에서 1,000명쯤 철도 전복 사고로 사망해도 미국 어느 주에 불어닥친 태풍으로 10여 명이 실종된 뉴스에 밀리는 식이다. 인도네시아 제1당의 전당대회가 열려도 자카르타 주재 특파원이 한국 기업의 현지 농장이나 공장에 방문하면 그게 그날의 자카르타발 뉴스가 된다. 국제 언론판의 그 오랜 논쟁은 결국 무엇이 뉴스인가를 판가름하는 가치관과 위치성의 문제였던 셈이다.

국제언론 부문에 있어 한국 언론은 과연 무엇이 뉴스인가를 판단하는 자체 기준이 전무하다 할 만하다. 영미권과 유럽 주요 언론이 다루면 뉴스이거나, 자사 지국 특파원의 관심사가 뉴스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대사관이나 기업 주재원들이 제공한 정보가 뉴스가 된다. 거기엔 현장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언론의 특파원 제도는 현장에 나가서 현장 취재를 잘 하지 않는 모순에 빠져 있다. 그것이 내가 2011년부터 자카르타, 뉴델리, 카트만두, 쿠알라룸푸르, 방콕에서 목격한 현실이었다. 

원인은 여럿 있을 것이다. 언어의 장벽이 가장 높고, 2-3년이라는 짧은 주재기간이 있고, 한 나라의 정치, 사회, 종교, 문화사에 대한 깊은 이해의 장벽도 있다. 그러나 뉴스의 기본은 현장에서 길어올린 정보다. 언어가 부족하다면 통역 비용에 투자하면 되고, 짧은 주재기간이 문제라면 특파원 외에 현지에 상주하는 현지 기자를 두는 방법이 있겠고, 역사에 대한 이해라면 당연히 특파원이 취재를 위해 공부해야 할 기본 소양의 영역이다. 그러니까 어렵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하나씩 해결하고 타개해보려고 노력했다면 지난 80년간 한국언론의 특파원제도는 진화하고 달라졌을 것이다. 

문제는 1965년 한국 언론이 베트남 전쟁에 기자를 파견하는 특파원 제도를 처음 도입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 모양이 ‘낙하산 저널리즘(parachute journalism)’ 형태에서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데 있다. 그러니까 ‘왔노라, 보았노라’식의 기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비판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언론사와 특파원 출신 언론인이 있겠지만 그것이 우리 영리언론이 유지해온 특파원제도의 냉정한 현주소다.

왜 아시아 현장 전문 국제뉴스 비영리 독립언론 ‘두니아’인가

‘두니아’는 아시아의 연결된 세계와 그런 세계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어다. 이 단어는 남아시아지역의 네팔•힌디•우르두•뱅갈어, 그리고 동남아시아지역 말레이•인도네시아어에서 모두 ‘세계’라는 뜻으로 통용된다. 본래 어원은 ‘인간들의 세속 세계’를 뜻하는 이슬람-아랍어권이다. 그래서 이슬람의 종교문화적 영향을 받은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쓰이고 있다. 

두니아는 상업적 이해나 정치, 자본, 종교 권력의 후원에 기대지 않고 오직 현장에 발붙인 기자와 독자와 후원자들의 힘으로 일어설 것이다. 현장 기자, 독자, 후원자의 후원과 정보 유통 신뢰 기반 위에 아시아와 한국 언론에  27억여 명이 살고 있는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현장발 기사와 발로 뛰는 인터뷰와 분석기사를 생산하는 외신 독립언론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아시아 각국의 독립언론과 기자, 시민사회단체, 연구자들과 탐사보도 네트워크를 형성해 여과되지 않은 아시아의 뉴스와 전망을 신선하게 보급하는 것, 그것이 2025년 11월 서울에서 창립하는 두니아의 미션이고 비전이다. 

아시아를 향한 불평등과 침묵, 아시아 내 수많은 국가, 민족, 종교, 젠더 정체성에 따른 불평등과 침묵에 맞서 아시아의 목소리를 세계의 언어로 전한다. 그것이 두니아의 첫 약속이다. 

> 두니아  – 평등한 세상를 위해, 국경을 넘어서, 권력을 드러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