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터뷰] "50년 기다림의 가치 있었다"... 동티모르의 ASEAN 가입

[두터뷰] "50년 기다림의 가치 있었다"... 동티모르의 ASEAN 가입

아달지자 마그노 전 동티모르 외교장관에게 듣는 아세안 가입 비하인드 스토리와 미래 비전

동티모르에게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가입은 단순한 외교적 성과를 넘어 국가적 숙원을 이룬 일이다. 1974년 건국 초기 지도자들이 처음 품은 이 꿈은, 2011년 공식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지 14년 만인 2022년에야 '원칙적 승인(admission in principle)'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그리고 2025년 10월 26일, 동티모르는 드디어 11번째 정회원국이 됐다.

정회원국 승인 소식이 들린 직후인 지난해 11월 초, 이 역사적인 과정의 최전선에 있던 아달지자 마그노 전 동티모르 외교장관(2020~2023년)에게 험난했던 가입 협상 과정과 지정학적 이슈, 그리고 동티모르가 그리는 미래를 인터뷰했다.

"모두가 기다려온 기쁨... 그러나 안주할 순 없어"

가입이 확정된 직후 동티모르 현지 분위기를 묻자 마그노 전 장관은 "우리 모두에게 큰 기쁨의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외교가는 물론이고 일반 사회에서도 이 소식을 오랫동안 기다려왔습니다. 포르투갈어 사용국 공동체(CPLP) 국가를 포함해 한국, 미국, 호주, EU 등 우방국도 축하를 보내왔죠. 물론 지역 통합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일부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대체로 아세안 10개국이 합의에 도달한 것에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마그노 전 장관은 이 여정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반세기의 기다림이었지만, 모든 순간이 그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Half a century of waiting, but it’s worth every penny).”

치열했던 외교전과 '옵저버' 지위 획득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 추진은 2019년부터 시작된 사실 조사단(Fact-finding missions)의 파견 및 실사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마그노 전 장관은 특히 2022년 캄보디아 정상회의와 2023년 인도네시아 의장국 수임 기간을 결정적인 순간으로 꼽았다.

"2022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동티모르를 11번째 회원국으로 원칙적으로 승인한다는 역사적인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옵저버(Observer) 지위를 얻었고, 투표권은 없지만 모든 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권리를 갖게 됐죠."

그녀는 2023년 2월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해 연설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당시 회의 테이블 위에는 작은 동티모르 국기가 놓여 있었다.

"이후 2023년 5월 라부안 바조(Labuan Bajo) 정상회의에서 타우르 마탄 루악(Taur Matan Ruak) 당시 총리가 정회원 가입을 위한 로드맵(Roadmap)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았습니다."

인권과 민주주의 강성 목소리에 대한 우려

말레이시아 싱크탱크(ISIS)의 샤흐리만 로크만은 지난 2015년 포르투갈 뉴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동티모르의 회원 가입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배경으로 “6개 창설국(인도네시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타이·필리핀)들은 버마(미얀마)가 가입한 뒤 버마의 문제가 아세안의 문제가 됐던 경험을 기억한다”며 동티모르의 합류에 따른 정치·외교적 긴장을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그는 매우 세련된 외교적 답변을 내놓았다.

“일부 지도자들이 실제로 그런 견해를 진지하게 고려했는지, 혹은 그것이 단순한 관찰자들의 의견인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타국이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고 지시하는 것은 저희로선 결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입니다. 물론 동티모르가 지역 내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가진 국가로 인정받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업이 국내에 있다는 점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빈곤을 퇴치하는 일입니다.”

경제적 우려와 싱가포르의 '쓴소리'

가입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특히 싱가포르 등 일부 회원국은 동티모르의 석유 의존적 경제 구조와 제도적 준비 부족에 우려를 표했다. 동티모르 정부 수입의 약 70~90%가 석유 및 가스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그노 전 장관은 이러한 우려를 솔직하게 인정했다.

"싱가포르의 우려는 타당했습니다. 우리 GDP는 석유 부문이 지배하고 있고, 주요 유전인 바유-운단(Bayu-Undan)은 고갈되고 있죠. 하지만 싱가포르는 반대만 한 것이 아닙니다. 지난 20년간 싱가포르 협력 프로그램(SCP)을 통해 약 1000명의 동티모르 공무원을 교육했고, 가입 승인 직후에는 '싱가포르-동티모르 아세안 준비 지원(STARS)' 이니셔티브를 시작해 우리의 역량 강화를 적극 돕고 있습니다."

미·중 경쟁 속 '제로 에너미(Zero Enemies)' 외교

일각에서는 동티모르와 중국의 밀접한 관계가 아세안 내 미·중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쳐 가입 심사에 변수가 되었을 것이라 분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마그노 전 장관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동티모르는 '적을 만들지 않는다(zero enemies)'는 외교 정책을 따릅니다. 중국이 수도 딜리(Dili)에 여러 정부 청사를 지어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중국의 지원 제안에 따른 결과일 뿐입니다. 만약 미국이나 호주가 같은 제안을 했다면 우리는 똑같이 환영했을 것입니다.”

그녀는 동티모르가 중국과 미국 모두와 강력하고 균형 잡힌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아세안 지도자들이 특정 국가와의 친소 관계 때문에 가입 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래 비전: 7억 시장과 평화의 중재자

아세안 가입은 동티모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마그노 전 장관은 경제, 정치, 사회적 측면에서 막대한 이익을 기대한다.

*   경제: 7억 명에 달하는 아세안 거대 시장에 접근함으로써 경제 다변화를 가속화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며 일자리를 창출할 기회를 연다.

*   정치·안보: 아세안 헌장에 명시된 평화와 안정을 공유하며, 비슷한 정치적 의제를 가진 10개 파트너국과 협력할 수 있다.

*   사회: 빈곤 퇴치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친구와 파트너 네트워크를  얻는다.

마그노 전 장관은 인터뷰를 마치며 동티모르가 아세안 내에서 수행할 역할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동티모르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화해를 선도한 국가입니다. 우리는 언제든 필요할 때 중재자(mediator)로서 우리 경험과 전문성을 제공해 지역 및 국제 문제 해결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인터뷰 및 번역: 이슬기 skidolma@thedunia.org

카피에디팅: 조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