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벌어도 내 집이 없다: 답이 안나오는 아시아 도시의 주거 방정식

평생 벌어도 내 집이 없다: 답이 안나오는 아시아 도시의 주거 방정식

스물다섯, 서울 신림동 고시원 한 평 남짓한 방에서 나는 언론고시용 일반상식책을 붙잡고 있었다. 통장 잔고를 아껴가며 버티던 그 시절, 나는 아직 이 도시에 내 방 한 칸을 마련한다는 계산조차 시작하지 못한 채였다.

그 후 12년, 나는 아시아 도시 곳곳을 베이스로 떠돌며 취재했다. 자카르타 남부의 꼬스(Kost)에서 자동차와 오토바이 엔진 소리를 들으며 잠들었고,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쓰리룸 아파트 방 한 칸을 친구와 나눠 쓰며 매달 월세와 씨름했다. 

네팔에서는 카트만두 밸리의 파탄(Patan)에서 가정 주택 방 한 칸을 빌려 정전과 함께 지냈고, 뉴델리 남부에서는 셋방인 PG(Paying Guest)의 좁은 벽을 마주하며 지냈다. 어느 도시를 가도 집 스트레스는 안 풀렸다. 소득이 조금씩 늘어도 집은 늘 저 앞에서 도망갔다.

서른일곱, 코로나19로 여행이 막혀 아시아 각지를 떠돌던 기자 생활을 멈추고 한국에 발이 묶였을 때, 나는 다시 신림동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반지하였다. 12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 동네, 다른 방에서 나는 이제야 처음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월수입에서 월세를 빼고, 남는 돈에서 다시 적금을 빼고—그런데 계산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기자로서, 그리고 아시아 전문 매체 '두니아'의 대표로서 나는 이 풀리지 않는 고민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했다. 통계로만 존재하던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PIR)이 실제로 어떤 냄새와 온도, 소음으로 사람의 하루를 잠식하는지 경험한 탓이다. 

서울의 반지하, 자카르타의 꼬스, 델리의 PG, 카트만두 밸리의 쪽방—주거 형태의 이름은 다르지만 이곳들에서 나와 현지인 이웃이 살면서 품은 질문은 매번 같았다. 도시의 발전상을 정작 그 도시를 만든 사람들은 왜 누리지 못하는가. 22억 넘는 아시아 도시인은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는가.

아시아 현장 취재 및 탐사보도 전문 매체 ‘두니아’는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4개월 동안 자카르타, 델리, 마닐라, 스리나가르, 서울 다섯 개의 도시를 취재했다. 반지하와 고시원, 협동조합형 co-housing, 건설노동자의 임시 거처, 통근 지옥, 그리고 침수 취약지역의 자가건축 주택까지—형태는 다르지만 방정식은 하나였다. “소득 + 저축 = 안전하고 깨끗한 집”이어야 할 단순한 등식이, 아시아의 어느 도시에서도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이 시리즈는 그 풀리지 않는 방정식을 다섯 개의 도시, 여섯 개의 삶을 통해 다시 세워보려는 시도다. 이번주부터 다음과 같은 내용의 여섯개의 기사가 시리즈로 게재된다.

자카르타는 현상과 대안으로 이 시리즈에 등장한다. 하나는 도심 외곽으로 밀려난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월 600만 루피아를 버는 평범한 회사원조차 도심 저가 아파트값이 10년 치 저축을 넘어서면서, 매일 오토바이와 통근열차 위에서 몇 시간을 흘려보낸다. 다른 하나는 그 절박함 속에서 스스로 답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자카르타 중심부의 협동조합형 co-housing "Rumah Flat Menteng"은 개발업자 없이 주민들이 70년 토지 임대와 공동 자본으로 지어낸 대안이었고, 이는 2천 명이 넘는 대기 신청자를 낳으며 반둥과 족자카르타로 논의가 번지고 있다.

델리에서는 주거 방정식이 가장 잔인한 형태로 드러난다. 80만에서 100만 명에 달하는 이주 건설노동자들이 자신들은 결코 살 수 없는 럭셔리 주거타워를 짓는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으며 여름엔 47도까지 오르는 폭염에 갇히고 우기엔 오수가 넘치는 가건물에서 지내는 이들에게, 법으로 정해진 노동자 복지 기금조차 6% 남짓만 제대로 전달된다.

마닐라는 통근이 곧 주거비인 도시다. 콘도 임대료가 가구 중위소득의 141%에 달하면서,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조차 카비테, 불라칸, 라구나 같은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 하루 네다섯 시간을 교통체증과 씨름한다.

스리나가르는 지리 자체가 계급을 가르는 곳이다. 월 소득 1만~2만5천 루피의 주민들은 자재비 상승을 감내하며 수십 년에 걸쳐 방을 하나씩 늘려가는 "점진적 건축"으로 집을 짓는다. 2014년 젤룸강 홍수 이후 안전한 고지대 땅값이 치솟으면서, 저소득 가구는 침수 위험이 큰 습지대로 밀려나 저렴함과 안전을 맞바꾸고 있다.

서울에서는 반지하가 그 시작점이다. 전쟁 대피소로 지어진 이 반지하 방들은 도심 진입을 위한 가장 싼 선택지지만, 곰팡이와 라돈, 채광 부족이 만성 질환으로 돌아오는 "건강세"를 물린다. 2022년 기록적인 폭우는 그 대가가 때로는 목숨이라는 사실을 참혹하게 증명했다.


  이슬기 skidolma@theduni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