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방글라데시 총선 이후: 안정인가, 새로운 위기인가?

2026 방글라데시 총선 이후: 안정인가, 새로운 위기인가?

다카 — 수도 다카에 거주하는 25세 학생 아피아 시디키는 지난 2월 12일 생애 첫 투표를 마쳤다. 수년 전에 유권자 등록을 했지만 투표권을 행사할 기회조차 없었던 그녀는 이번 총선을 이렇게 회상했다. “내 손으로 표를 던지니 비로소 진정한 시민이 된 기분입니다. 선출직 정부를 구성하는 데 참여했다는 사실이 큰 기쁨을 주었습니다.”

▲2026년 총선에서 처음으로 투표한 유권자가 투표 기념 셀피를 찍고 있다.(사진: Maruf Hassan)

방글라데시 제13대 총선은 2024년 7월 민중 봉기 이후 약 18개월 만에 치러졌다. 이번 선거는 장기화된 정치적 불안정과 권력 교체, 그리고 정치 지형의 전면적인 재편 속에서 국가 정치사의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지난 17년간 이어진 셰이크 하시나 정권하에서 강제 실종, 살해, 야당 탄압 등이 자행되며 대다수 국민은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이는 결국 국가영웅 공무원 쿼터제 반대 운동에서 시작된 학생 주도의 대규모 봉기로 이어졌고, 하시나 전 총리는 2024년 8월 5일 인도로 망명했다. 이후 2025년 5월,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가 이끄는 과도정부는 반테러법에 따라 아와미 연맹(AL)의 정치 활동을 전면 금지했다. 현재 아와미 연맹 지도부들은 국제형사재판소(ICT)에서 집단학살 및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 모인 이슬람주의 정당 자마트-에-이슬라미 지지자들.(사진: Maruf Hassan)

선거 결과와 정치적 맥락

전통적 강자였던 셰이크 하시나의 정당 아와미 연맹이 배제된 가운데, 이번 선거는 방글라데시 민족주의당(BNP)과 방글라데시 이슬람주의 정당 자마트-에-이슬라미(이하 자마트)가 이끄는 두 진영 간의 대결로 압축되었다.

방글라데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타리크 라흐만 의장이 이끄는 BNP 연합이 전체 299석 중 212석(BNP 단독 209석)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뒀다. 이로써 타리크 라흐만은 신임 총리로 취임했다. 제2당은 68석을 얻은 자마트가 차지했으며, 샤피쿠르 라흐만 아미르가 야당 당수가 되었다. 7월 봉기 당시 결성된 학생 주도 정당인 국가시민당(NCP)은 자마트와의 연대를 통해 6석을 확보하며 제도권 정치에 진입했다.

▲국가시민당(NCP) 당수 나시드 이슬람이 지난 2월 12일 방글라데시 총선에서 투표하는 모습. (사진: Maruf Hassan)

투표율은 공식 집계 기준 59.44%를 기록했다. 17년 만에 전면적인 감시단을 파견한 유럽연합(EU) 선거감시단은 이번 선거가 "신뢰할 수 있고 경쟁적이며 대체로 평화로웠다"고 평가했다. 티아이비(TIB)의 이프테카루자만 소장 역시 "수용 가능한 수준의 참여와 포용성이 보장된 선거"였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 12일 방글라데시 총선 투표장에서 여성 유권자들.(사진: Maruf Hassan)

여성 참여: 가시적이나 제한적인 대표성

이번 선거의 가장 뼈아픈 지점은 여성의 정치적 소외다. 전체 유권자 1억 2,770만 명 중 절반에 가까운 6,280만 명이 여성이었으나, 실제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체 후보자 2,280명 중 여성은 87명에 불과했으며, 직접 선거로 당선된 여성 의원은 단 7명뿐이다. 이는 과거 선거(2008년 19명, 2014년 23명 등)와 비교해 급격히 퇴보한 수치다. 할당된 예약석을 포함해도 여성 의원 비율은 전체의 약 16%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2월 12일 방글라데시 총선일에 투표하는 여성 유권자. (사진: Maruf Hassan)

나리 파크샤(Nari Paksha)의 창립자 시린 파르빈 하크는 "정치권이 여성을 리더로 육성하려는 진정성이 부족하다"며 "여성 유권자는 늘었지만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존재감은 여전히 상징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 앞에 놓인 과제와 도전

17년간의 영국 망명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타리크 라흐만 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정부 통치력 회복'과 '의회 제도 강화'를 내걸었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가장 시급한 것은 경제 위기다. 고인플레이션, 화폐 가치 하락, 외환보유고 부족은 서민 경제를 직격하고 있다. 현재 방글라데시 인구 중 4,000만 명 이상이 극빈층이며, 청년 실업 문제 역시 심각하다. BNP 정부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가족 카드' 도입과 여성 수당 지급 등 사회 안전망 확충을 약속했다.

▲총선에서 승리한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 소속 타리크 라흐만 총리가 취임선서를 하는 모습.(사진: Maruf Hassan)

외교적으로는 하시나 정권 시절 경색되었던 미국과의 관계를 재건하고 무역 확대를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인도는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신정부와 우호적이고 긍정적인 관계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샤마 오바이드 외무국무장관은 "민주 정부의 외교 정책은 '방글라데시 퍼스트'(방글라데시 먼저-편집자주)가 될 것"이라며 국익 중심의 독립 외교를 천명했다.

아울러 총선과 함께 치러진 국민투표를 통해 승인된 헌법 개혁안의 이행 역시 새 정부의 정통성을 시험할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생애 첫 투표에 나선 방글라데시 유권자들.(사진: Maruf Hassan)

결론: 민주주의의 복원을 향한 여정

방글라데시의 이번 총선은 독재의 그늘을 벗어나 민주적 절차를 복원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성 대표성의 후퇴, 주요 야당의 부재 속에서 치러진 선거의 정당성 확보, 그리고 산적한 경제적 난제는 타리크 라흐만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방글라데시 시민들이 보여준 변화에 대한 열망이 실질적인 국가의 안정과 번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Maruf Hasan - (marufhasan5798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