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니아 이야기

두니아 이야기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이런 질문 앞에 설 때마다, 저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나눈 이야기, 그곳에서 느낀 것들을 기록하고 공유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따라서 30대에 접어들기 직전 인도네시아로 갔습니다. 자카르타를 시작으로 카트만두, 뉴델리, 쿠알라룸푸르 등을 옮겨 다니며 10여 년간 아시아 현장 취재 기자로 살았습니다. 그리고 마흔두 살이 되던 지난해, 생일을 일주일 앞둔 11월 1일에 언론사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세계'라는 뜻을 가진 이름, 두니아(Dunia)입니다. 아시아 지역의 현장 취재와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며,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비영리 독립언론의 형태를 택했습니다.

두니아는 '세계'를 뜻하는 말입니다. 우리가 이 이름을 택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한국에서 아시아는 여전히 '싸고 가까운 여행지'이거나 '위험하고 낙후된 곳'으로만 소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난 10여 년간 현장에서 만난 아시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멋지게 투쟁하는 활동가들 곁에는 한국 기업이 짓는 댐 아래 물에 잠기는 마을이 있었고, 제3세계의 무한한 정치적·경제적 가능성이 독재와 개발의 그림자에 가려진 사회들이 있었습니다. 두니아는 이 세계를 한국과 무관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와 연결된 이야기로 기록합니다.

'사람들이 아시아에 관심이 있어?' 아시아 전문 기자가 되고 싶어 인도네시아로 떠나던 2011년 전후, 저는 이런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밥은 먹고 살 수 있니?'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국제뉴스를 우리가 왜 알아야 해?'라는 말은, 한국에서 기자로 일하는 많은 이들에게서 들었던 말입니다. 심지어 아시아 현장에 파견된 주류 언론사 특파원조차 그렇게 말했습니다. 두니아는 국제뉴스가, 아시아의 삶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당장 우리에게 밥을 먹여주지 않아도 중요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언론입니다. 취재와 보도를 통해 인종, 언어, 종교, 젠더 등 각종 정체성과 상관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지향하는 비영리 조직입니다. 

비영리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존 국내외 주류 영리언론의 국제뉴스는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는 데 실패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영리언론의 국제뉴스는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 사람들의 삶에 위계와 거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자본의 논리, 시장의 생리에 따라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가르고 있습니다. 이런 위계와 거리는 아시아 현장을 다루는 방식에서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재난과 참사는 숫자로만 단순화되고, 죽음은 한 줄짜리 속보로 지나가며, 그 자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과 목소리는 사건이 발생해야만 등장합니다. 한국 기업과 자본이 그 현장에 깊숙이 연결되어 있을 때조차, 우리는 그것을 '먼 나라 이야기'로 취급해왔습니다. 두니아는 이 거리를 좁히는 언론이 되고자 합니다.

두니아는 지금 세계질서의 위계와 국제뉴스의 화제성 소비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두 가지 원칙을 지킵니다. 하나는 현장입니다. 책상에서 외신을 옮기는 대신, 직접 아시아에 가서 사람을 만나고 기록합니다. 다른 하나는 탐사보도입니다. 아시아 곳곳에서 자본과 정치, 종교 권력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흔드는지 파헤치고,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갑니다. 한국의 자본이 인도네시아의 원시 열대우림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사라지게 했다면, 그 숲과 사람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한국인으로서의 책무가 아니라 우리를 무기력하게 하는 권력을 함께 감시하고 통제하는 힘으로 알자는 겁니다.

지난 10개월간 두니아는 타이-캄보디아 국경 전쟁, 캄보디아에 진출한 한국계 스캠 범죄조직, 한국이 라오스에서 추진하는 조림사업의 실체, 2021년 미얀마 쿠데타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 네팔-티벳 홍수로 사라진 마을과 그 안에 얽힌 한국 자본의 흔적, 아시아 도시의 불평등한 주거 문제까지, 현장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들을 보도해왔습니다. 한국에서는 2명이,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에서는 지금까지 10여 명의 현장 취재 기자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아시아의 뉴스 헤드라인 너머의 진실을 기록해왔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발로 뛰어 발굴하고, 아무도 기록하지 않은 자료와 복잡다단한 사건 너머를 추적하고 싶습니다. 현재까지 이 여정에는 75명의 월 정기 후원자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작은 책자를 손에 든 당신도, 어쩌면 비슷한 질문을 품고 있을지 모릅니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두니아는 저널리즘을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멋진 방식으로 선택했습니다. 지금보다 더 평등하고 자유롭게, 우리가 자신의 삶을 주도할 수 있는 세계로 바꿔가는 데 작은 역할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두니아는 현장을 찾아 기록하면서 세상을 바꾸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걷고 싶습니다. 

두니아는 광고나 협찬이 아니라, 두니아의 이런 선택과 미션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힘으로 굴러갑니다. 월 정기 후원은 두니아가 다음 현장으로 떠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동력이 됩니다. 일시 후원만으로도 이런 삶을 선택한 저희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오늘 이 부스에서의 짧은 만남이, 앞으로 두니아가 전하는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인연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2026년 9월 22일 두니아 대표 이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