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엔 끝난다"는 착각, 파키스탄과 인도가 본 이란 전쟁

"11월엔 끝난다"는 착각, 파키스탄과 인도가 본 이란 전쟁

By 이슬기 (두니아 편집장, 기자)

서울 – 2026년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합동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2026년 9월 17일 현재까지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확전하는 모양새다.(관련기사: 전쟁을 정당화하는 말들: ‘자위권과 테러 척결’, 국제법상 전쟁의 합법적 근거인가?)

호르무즈해협 및 바브엘만데브해협 통항 제한, 홍해 물류 차단 등 미국·이란 간 직접적인 상호 군사 타격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예멘의 후티 반군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교전도 격화하면서 전선은 더욱 복잡해졌다.

파키스탄과 인도 등 남아시아 지역 언론과 최근 인도 주재로 열린 BRICS 정상회의는 서아시아 분쟁을 심각한 확전세로 보고 우려한다.  

이 같은 확전 국면에서 한국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파병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는 호르무즈해협 파병에 대해 “전투, 비전투, 수색 등 다양한 옵션”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시민사회는 헌법 제5조(대한민국은 국제평화유지에 기여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를 강조하며 거리 집회를 통해 파병에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파키스탄과 인도 언론이 본 트럼프의 11월 시간표

파키스탄의 대표적인 영자 일간 <던(Dawn)>은 13일 사설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미 중간선거 직후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실제 현장 상황은 이와는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선거 직후 분쟁이 누그러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단추 하나를 눌러 전쟁을 끝낼 수는 없으며 11월까지 기다릴 수 있다는 미국의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 반군 간의 휴전이 무너지며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해협을 위협하고 있다. 이라크발 공격으로 사우디의 동서 석유 파이프라인이 타격을 입은 상태다. 레바논에서는 이스라엘 공격으로 수천 명의 사망자와 수십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하는 등 연쇄적 확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던>은 미국이 이란 항구 봉쇄 해제 등 선제적 신뢰 구축 조치를 취하고, 파키스탄과 같은 지역 내 제3국을 통한 외교 채널을 즉각 재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인도의 대표 영자 일간 <더 힌두(The Hindu)>는 10일 사설을 통해 이번 전쟁이 훨씬 더 위험한 단계로 진입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걸프 해역에서 이란 유조선 5척을 타격했다. 이에 이란은 요르단 내 미군 공군기지에 탄도미사일 보복을 가하고 호르무즈해협에 제한 구역을 설정하는 등 강하게 맞섰다. 

미국은 군사적 타격과 경제적 봉쇄라는 '최대 압박'을 동시에 가동하고 있으나, 이란 역시 미군 함정을 공격하며 타격 능력을 재건하고 분쟁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응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에너지 수송의 핵심 축인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물류망이 동시에 위협받으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글로벌 공급망과 세계 경제 전반이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됐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 지지와 이란-UAE 합의 이끌어낸 뉴델리 선언

이처럼 군사·경제적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지난 12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주재로 열린 제18차 BRICS 정상회의에서 11개 회원국은 '뉴델리 선언'을 공식 채택했다. 

12일 선언문에 따르면, BRICS 회원국은 서아시아 지역 긴장 고조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모든 당사국의 "최대 자제"와 민간인 및 기반시설 보호, 그리고 국제법에 따른 무역·에너지 공급망의 원활한 흐름 보장을 촉구했다. 

선언문은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과 강제 이주를 강력히 비판하는 데 8개 단락을 할애했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지지하고 1967년 국경에 기반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창설을 지지했다. 

이번 뉴델리 선언 채택의 막전막후에는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간 극적인 타협과 인도의 세밀한 중재 외교가 있었다. 

<더 힌두>의 수하시니 하이다르 외교 전문 기자에 따르면, 당초 장관급 회의에서는 성명 채택이 무산된 바 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공 및 지도자 암살 행위에 대한 명시적 비난을 요구한 반면, UAE는 이란의 걸프 이웃국 공격에 대한 동등한 수위의 비난을 주장하며 대립했기 때문이다. 

정상회의장인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Bharat Mandapam) 컨벤션 센터에서 이란의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UAE의 칼레드 왕세자 간 양자 회동이 성사되면서 물꼬가 트였다. 

결국 양측이 강경한 입장에서 물러서면서 미국·이스라엘이나 이란의 개별 공격 행위를 직접 명시하지 않는 대신, "최대 자제"와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는 범용적 문구로 최종 타협에 이르렀다.

아툴 미슈라(인도 시브 나다르 대학 국제관계학) 교수는 뉴델리 기반 아시아 독립언론 네트워크인 <아시안 디스패치>와의 인터뷰에서 “델리 정상회의의 성공은 아시아의 미래가 군사적 적대행위가 아닌 경제 발전에 있음을 알리는 명확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 이슬기 (두니아 편집장, 기자) – skidolma@thedunia.org

카피에디팅 조연우

**사진 출처: 인도 외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