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긴 랜선, 멈춰선 미래: 카슈미르의 ‘디지털 장벽’
이르판 아민 말리크 (Irfan Amin Malik)
스리나가르 — 2017년 여름, 인도령 잠무-카슈미르를 외부 세계와 단절시킨 인터넷 차단 상황에서, 한때 이 지역에서 가장 무력 충돌이 심했던 남부 카슈미르 풀와마 출신의 청년 와리스 와니(Waris Wani)는 유튜버가 되기로 결심했다.
33세의 와니는 유튜브 활동을 수익도 창출하고 자신의 코미디 영상을 카슈미르 등지에 공유할 수 있는 기회로 봤다. 그는 "일자리가 제한적인 이곳에서 인터넷이 내게 문을 열어준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창의성이 아니라 정부의 인터넷 차단 문제를 먼저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와니는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갈지, 아니면 네트워크가 오프라인이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고 유튜브 시작 초창기를 회상했다.
현지에서 '와리스 라즈'로 알려진 와니는 풀와마 지구 핑리시 마을 주민이다. 그는 구독자 48만 2천여 명을 보유한 페이스북 페이지 '재밌는 카슈미르(Funny Kashmir)'와 23만 7천여 명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코미디 영상 중 일부가 입소문을 타고 퍼지기 시작했다.
그는 "(유튜브를 시작하고) 수년 만에 널리 인정받는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콘텐츠 제작에는 많은 고난이 따랐다. 인터넷이 몇 달 동안 중단될 때가 있었고, 이는 내 채널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블랙아웃과 VPN 전면 금지
'인도 소프트웨어 자유 법률 센터(SFLC)' 자료에 따르면, 카슈미르의 인터넷 차단은 2017년부터 급격히 증가하여 그해 32건, 2018년 52건을 기록했다. 히말라야 지역의 특별 지위(헌법 370조)가 폐지된 이후, 광범위한 보안 단속이 이뤄진 2019년에는 55건으로 늘어났습니다. 카슈미르 인터넷 제한은 2020년에 정점에 달해 역대 최고치인 115건의 차단을 기록했다.
이후 대규모 블랙아웃(인터넷 통신망 차단-편집자주)은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나 디지털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와니와 같은 온라인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잠무-카슈미르 연방 정부가 보안 문제를 이유로 가상 사설망(VPN) 사용을 전면 금지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와니와 수백 명의 다른 제작자들에게 이 명령은 또 다른 전환점이 됐다. 이번에는 제작의 핵심 단계에 타격이 가해졌다.
VPN 제한으로 인해 와니 등 많은 유튜브 제작자가 의존하던 프로그램들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졌다. 그중 하나는 사용이 간편하고 전문가급 기능을 갖춘 것으로 유명한 영상 편집 앱 '캡컷(CapCut)'이다.
와니는 "캡컷 덕분에 비싼 장비 없이도 영상을 전문적으로 보이게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가의 장비나 유료 편집 구독료를 감당할 수 없는 이 지역의 젊은 제작자들에게 이러한 앱은 진입 장벽을 낮춰줬다. 기본적인 스마트폰만으로도 세련된 영상을 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무-카슈미르 연방 정부의 VPN 접근 제한이 불안정해지면서 와니는 작업물의 질이 떨어졌다고 말한다. "보여지는 퀄리티가 떨어지면 성장도 멈춥니다. 당연히 수입에도 영향을 미쳤죠."
알고리즘이 꾸준함과 시각적 완성도에 보상을 주는 플랫폼 특성상, 작은 장애도 조회수 감소와 수익 하락으로 빠르게 이어진다.
와니는 "VPN 금지 이후 내 영상의 완성도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시청자 도달 범위와 수익도 줄었다"며 "세계의 다른 지역에 비해 우리는 이미 힘든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VPN 금지 같은 명령은 우리의 등골을 휘게 만든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미래가 두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부 인도 제작자들이 반복되는 장애를 피하기 위해 두바이 등지로 거점을 옮겼다고 전했다. "나 역시 이주를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완전한 인터넷 접속과 표현의 자유가 필요하다."
이 영향은 코미디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소셜 미디어에서 카슈미르 노래를 부르는 30세 가수 야시르 다르(Yasir Dar)는 VPN 제한이 숏폼 영상과 릴스 제작에 사용하는 도구들을 마비시켰다고 말했다. 다르는 "우리의 생계와 책임은 안전한 VPN 연결에 직접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2020년 틱톡(TikTok) 금지가 이미 그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를 끊어 놓았던 일을 회상했다. "1년 만에 틱톡 팔로워 8만 5천 명을 모았는데, 앱이 금지되면서 그 수익 옵션이 닫혔다." VPN 제한은 그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 "이제 VPN 금지로 인해 카슈미르에서 콘텐츠 제작자로 계속 일할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다르는 최근 뉴델리, 뭄바이, 찬디가르 등을 여행하며 그곳에서는 방해 없이 캡컷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곳에서는 작업을 위해 자유롭게 앱을 썼지만, 카슈미르 밸리로 돌아오면서 경찰에 단속될까 봐 겁이 나서 앱을 삭제했다." 다르에게 이 결정은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 불안감에 가까웠다. "무엇이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니 그냥 피하게 된다."
인플루언서부터 개발자까지, 화면 뒤 ‘보이지 않는 노동자’의 위기
인도의 인플루언서 생태계는 최근 몇 년간 급격히 성장했다. 마케팅 플랫폼 '코루즈(Qoruz)'에 따르면, 인도의 인플루언서 기반은 2020년 이후 100만 명 미만에서 400만 명 이상으로 4배 확대됐다. 이러한 성장의 상당 부분은 카슈미르와 같은 비수도권 지역에서 나왔다.
하지만 불안정한 카슈미르 밸리의 제한 조치는 카메라 앞의 제작자뿐만 아니라 화면 뒤에서 일하는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도 흔들고 있다. 스리나가르 출신의 24세 컴퓨터 공학 전공자 파이크 아마드(Fayiq Ahmad)는 글로벌 고객을 위해 프리랜서 웹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소프트웨어나 앱을 테스트하는 것이 우리 업무의 중추"라고 설명했다. 아마드에 따르면, 앱을 개발할 때 다른 국가의 언어, 서버, 규제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시뮬레이션해야 합니다. 그는 "그 작업은 오직 VPN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위치를 바꿔가며 앱이 다른 곳에서 다르게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금지 조치 이후 그 과정이 완전히 멈췄다"고 말했다.
VPN 제한에 따른 문제는 곳곳에서 누적되고 있다. 연구 과제는 중단되고, 지역 간 라우팅 문제는 테스트할 수 없게 되며, 외국 위치에서의 봇 공격 시뮬레이션을 포함한 사이버 보안 대비도 실행하기 어려워진다. 아마드는 "단순히 수입의 문제가 아니다. 생산성이 떨어지고 역량이 약화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의 수입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유사하게, 카슈미르 자택에서 미국 기반 뱅킹 소프트웨어 회사를 위해 일하는 38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이므란 바시르(Imran Bashir)는 원격 기업 업무에서 VPN 접속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바시르는 "조직 내 오피스 연결을 위해 VPN 사용은 필수적이다. 이는 오직 회사 시스템에 안전하게 접속하기 위한 용도일 뿐 다른 역할은 없다"고 말했다.
금지 조치 이후 일부 직원들은 계속 일하기 위해 다른 도시로 이주했다. 그는 "직원들이 카슈미르에서 VPN을 사용할 수 없다면 회사는 이주를 요구할 수 있다. 이주할 수 없는 직원들에게 전면 금지 조치는 결국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안’이라는 이름의 기본권 침해와 불확실한 디지털 미래
잠무-카슈미르 경찰에 따르면, VPN 제한을 우회한 혐의로 1,100명 이상의 개인이 식별되었다. 그중 여러 명이 구금되어 입건됐다. 금지 조치 집행은 사생활 침해 우려도 낳고 있다.
신원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한 쇼피안 주민 빌랄 아마드(Bilal Ahmad)는 일상적인 보안 점검이 더욱 침해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최근 어느 겨울 아침, 보안 요원들이 검문소에서 나를 멈춰 세우고 내 전화를 훑어보며 VPN 앱을 찾았다. 보안 조치의 일환이라고 말했지만, 개인 사진과 메시지까지 들춰보는 것은 불쾌했다. 이것은 보안의 문제가 아니라 사생활 침해처럼 느껴진다."
인도에서 VPN 사용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안전한 브라우징과 지리적 제한 서비스 접근을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2022년 정부는 인도 내에 물리적 서버를 둔 VPN 제공업체가 특정 사용자 데이터를 기록하고 공유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이에 여러 업체가 인도에서 물리적 인프라를 철수했다.
잠무-카슈미르 공무원들은 최근의 제한이 특정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상 권한 하에 부과된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대변인은 이 명령을 예방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VPN 서비스가 테러리스트와 그 지지자들에 의해 지역 평화를 교란하는 데 악용되어 왔기 때문에, VPN 금지 결정은 불미스러운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무장 세력과 그 지지자들이 파키스탄 국경 너머의 (테러)조종자들과 접촉을 유지하기 위해 VPN을 사용했다는 첩보가 있었다고 한다.
디지털 전문가들은 보안 우려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제한의 범위에 의문을 제기한다. 파이크 아마드는 "보안 우려를 간과할 수는 없지만, 전면적인 금지는 디지털 경제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며, 합법적인 비즈니스 운영을 허용하면서 보안 목표를 유지할 수 있는 '화이트리스트(승인된 서비스 목록)'와 같은 규제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뉴델리에 본사를 둔 AI 연구원이자 '내러티브 리서치 랩(Narrative Research Lab)'의 공동 설립자인 선딥 나르와니(Sundeep Narwani)는 VPN이 디지털 업무의 기초 인프라의 일부라고 말했다. "접속이 불확실해지면 생산성과 고객의 신뢰가 떨어진다"며, "인도 기술 부문은 여전히 서비스 중심적이어서 중단 없는 연결성이 필수적이다. 카슈미르처럼 디지털 업무가 제한적인 현지 고용의 대안이 된 지역에서 광범위한 제한은 더 깊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나르와니는 "미국, 이스라엘, 중국 같은 국가들은 기술 생태계 강화에 막대한 투자를 한다. 두뇌 유출을 막고 제품 기반 회사를 세우고 싶다면 정부가 온라인 노동자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르판 아민 말리크(Irfan Amin Malik): 인도령 카슈미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