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상은 지우고 주식만 쳐다본다… 한국 언론 이란 전쟁 보도 해부

참상은 지우고 주식만 쳐다본다… 한국 언론 이란 전쟁 보도 해부

By 이슬기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으로 촉발된 전쟁이 48일째로 접어들며 휴전과 종전 협상이 오가는 가운데, 아시아 전문 비영리 독립언론 '두니아(Dunia)'가 4월 17일 금요일 지난 6주간의 한국 언론 보도를 낱낱이 해부하는 라이브 대담을 진행했다. 

이슬기 두니아 기자의 진행으로 열린 이번 대담에는 국제분쟁 전문 이유경 기자,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뉴스어디 박채린 기자가 패널로 참석해 한국 국제 보도의 구조적 맹점과 편향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문가와 현장 기자들이 진단한 한국 언론의 중동 전쟁 보도는 참혹한 전쟁의 현실을 지워버린 채 강대국의 논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타국의 비극을 경제적 수단으로 소비하는 '프로파간다'에 가까웠다.

폭격당한 초등학교 대신 '주식 수익률'에 쏠린 눈…사라진 인도주의

패널들이 가장 분노한 대목은 전쟁 보도의 핵심인 '인도주의적 관점'의 완전한 증발이었다. 전쟁 첫날 17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이란 미나브 초등학교 폭격이나 레바논에서의 의료진·민간인 연쇄 폭격(더블탭 공격) 등 명백한 국제법 위반 사례가 발생했으나, 한국 언론은 이 같은 참상에 주목하지 않았다.

이유경 기자는 이란 핵과학자 '사이드 사마가드리' 암살 폭격 사건을 예로 들며 언론의 무감각을 지적했다. 핀셋 타격이 불가능한 공습의 특성상 주택가에 폭탄을 투하하면 수십에서 수백 명의 민간인 이웃이 함께 희생되는 '전쟁 범죄'임에도, 언론은 그저 "누구를 암살했다"는 주체의 발표만을 스트레이트 기사로 단순하게 전할 뿐 폭력의 민낯을 파헤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국 언론의 관심은 증시에 쏠려 있었다. 김예리 기자는 전쟁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에 베팅해 2배의 수익을 노리는 이른바 '곧버스' 투자자들이 "웃다가 울었다"는 식의 경제지 보도들이 매일같이 쏟아졌다고 꼬집었다. 전쟁 초기 폭격 사건보다 증시 여파 우려 보도가 2.2배나 많았으며, 평범한 시민들이 죽어가는 비극을 오직 수익 창출과 'K-방산 수혜주'의 관점으로만 전락시켰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할리우드 영화가 된 참상, 노골적인 '강자 동일시'와 이중잣대

불법 침공을 단행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시각을 그대로 수용하는 이중잣대와 강자 편향성도 심각한 문제로 거론됐다. 박채린 기자는 미군 전투기가 격추된 후 조종사가 구조된 사건을 다룬 조선일보 1면 기사를 언급하며, 언론이 전쟁의 참상 대신 "36시간 사투, 또 한 명의 라이언 일병 구하다"라는 식의 할리우드 영화 같은 서사로 미군에 과도하게 감정을 이입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미국은 그럴 수 있고 그래도 된다"는 식의 칼럼은 불법 침공을 묵인하는 한국 언론의 노골적인 스탠스를 보여주는 최악의 사례로 꼽혔다.

반면 공격당한 이란을 향해서는 '악마화'와 네거티브 프레임이 무분별하게 작동했다. 미국의 파병 부대는 "최정예 82 공수부대"라는 공식 명칭으로 올려치면서, 이란군은 "살인 병기"로 묘사하는 극단적 대비가 대표적이다. 또한 JTBC 등 일부 언론은 이란 민병대 배치를 두고 아무런 근거 없이 "민간인 방패를 세웠다"고 단정 보도하는 등 비정상적인 테러 국가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데 급급했다.

이러한 편향된 프레임 속에서 언론은 전쟁의 본질을 파헤치거나 명분을 검증하는 저널리즘의 기본조차 방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내세우는 거짓 명분이나 핵 위협 주장을 속보 경쟁하듯 그대로 받아썼다. 실제로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 국제 사찰을 받고 있음에도 '3개월 내 핵폭탄 제조 가능'이라는 외신을 자막으로 띄워 공포를 조장한 반면, 정작 NPT에 미가입한 채 핵무기를 보유하고 사찰을 거부하는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모순을 보였다.

특파원 제도의 맹점과 심각한 영미권 주류 언론 맹종

현장 취재의 부재와 극심한 서방 외신 의존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유경 기자는 전쟁 당사국인 레바논 베이루트로의 입국이 불가능하지 않음에도, 한국 언론의 특파원들이 중동에서 가장 평화로운 오만에 머물며 배경만 띄워놓고 보도하거나, 아예 미국 워싱턴과 LA에서 쓴 기사에 의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물론 비용 문제나 외교부의 여행금지구역(여권법 17조) 지정 등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한국군 파병 등 국익과 직결된 사안이 아니면 인류 보편의 분쟁 현장에 접근하려 하지 않는 태도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현장에 가지 못한다면 취재원 확보의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하나, 이마저도 특정 서구 언론 받아쓰기로 대체되었다. 

프레시안 분석에 따르면, 전쟁 기간 영국 로이터 통신 인용 보도가 1,290건, 뉴욕타임스가 1,000건에 달한 반면, 팔레스타인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참상을 전하는 중동 전문 매체 알자지라 인용은 고작 120건에 그쳤다. 

패널들은 미들이스트아이(Middle East Eye) 같은 우수한 중동 현지 독립 언론이 참상의 실체(더블탭 공격 등)를 최초로 보도해도, 이를 가디언지나 CNN이 받아쓴 뒤에야 비로소 한국 언론이 영미권 언론의 이름을 빌려 보도하는 관행을 비판했다. 심지어 영미권 내에서도 가자지구 학살을 지우는 자국 주류 언론(NYT 등)에 대한 신뢰 하락과 보이콧 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한국 언론은 여전히 이들 대기업 언론의 권위에만 매달리고 있다.

왜곡된 이란 여론과 걸러지지 않는 전문가들의 '망언'

국내 언론이 이란 내부의 여론을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심각한 왜곡이 발생했다. 인터넷이 차단된 현지 상황을 핑계로, 언론은 이슬람 억압 정권과 외세의 불법 침공을 모두 비판하는 균형 잡힌 학자의 목소리는 외면했다.

대신 과거 부패하고 억압적이었던 팔레비 왕조의 복귀를 주장하고 외세의 개입을 환영하는 '미스 이란' 출신의 특정 왕당파 디아스포라를 이란인의 보편적 대변자인 양 라디오와 대형 유튜브 채널(3프로TV), 보수 언론(조선일보)을 통해 대대적으로 확산시켰다. 

심지어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적 지원 방침을 "테러 응원"이라고 비난하기까지 했으나, 언론은 이를 여과 없이 중계했다. 독립 기관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중동인들이 꼽은 압도적인 위협 1위는 이란이 아닌 이스라엘과 미국임에도, 철저히 친미·친이스라엘 프레임에 부합하는 화자만을 선별한 것이다.

방송에 출연하는 이른바 '전문가 패널'들의 편향성과 오류도 지적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명백한 불법 침공과 학살을 두고 "이슬람과 유대교 근본주의 모두 내려놔야 한다"며 본질을 흐리는 '종교 분쟁' 양비론을 펼쳤다. 

또한, 전쟁의 근본 원인을 제공한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는 눈감은 채 "이란의 요구가 너무 강하다"고 탓하거나, 이란을 북한과 엮어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등 필터링 없는 오류를 전파해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클릭수 장사와 AI가 대체할 '외신 번역 부서'의 한계

패널들은 이러한 보도 행태가 반복되는 근본적 원인으로 국제 뉴스를 '남의 일'로 치부하며 지면 맨 뒷장에 배치하는 한국 언론의 낙후된 인식을 꼽았다. 1년 주기로 순환 근무하는 국제부의 빈약한 전문성, 유튜브 조회수와 포털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정치인들의 선동적인 워딩과 썸네일(화염, 음영 처리된 지도자의 얼굴 등)만을 강조하는 환경이 겹쳐진 결과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국제부 기자들이 깊이 있는 맥락 취재와 현지 네트워크 구축을 외면하고 편향된 외신 번역에만 안주한다면, "국제부 기자가 AI에 의해 가장 빨리 대체될 것"이라는 냉혹한 전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패널들은 독자와 시청자들이 비판적인 시각으로 잘못된 프레임의 뉴스를 보이콧하고, 인권과 세계 시민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보도를 언론에 강력히 요구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이슬기 skidolma@theduni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