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두려워했지만 아무도 예측 못한 네팔-티벳 홍수

모두가 두려워했지만 아무도 예측 못한 네팔-티벳 홍수
네팔리 타임스(Nepali Times) 보도 화면 캡처

By 이슬기

지난 8월 26일, 네팔-티벳에서 발생한 빙하-암석 복합 붕괴와 그로 인한 대홍수는 히말라야산맥이 사실은 특정한 기후 조건에서만 멀쩡한 거대한 천연 물탱크였음을 상기시켰다.

7,000m급 고산 지대 빙하와 암석이 무너져 내리는 대재난으로  8월 31일 현재 903명이 목숨을 잃고 4,247명의 실종자가 발생했으며, 수많은 주민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네팔, 인도, 부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히말라야 물줄기를 공유하는 남아시아 국가 언론은 국제사회의 방조와 기후 위기가 빚은 예견된 인재로 규정하며 국제 연대와 함께 공동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네팔 — 2026 홍수 피해는 인재다

가장 뼈아픈 목소리는 참사 당사국인 네팔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참사 발생 다음 날 네팔 대표 영자 주간지 <네팔리 타임즈>(Nepali Times)는 "(기후재난이) 올지 안올지가 아니라, 다음은 언제인가 문제"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신문은 이번 재난을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 온난화뿐 아니라, 홍수와 자연재해 위험 지역에 도로와 값비싼 수력발전소를 밀집시키고 강가에 주거지가 늘어나도록 방치한 정부의 부실한 거버넌스와 부패가 빚어낸 명백한 인재라고 지적했다.

네팔 언론은 이번 홍수가 결코 예측 불가능한 '천재지변'이 아니라고 자성한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기온 상승이 빙하를 녹이고 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위험을 빤히 알면서도 감행한 난개발과 안전 불감증이라는 것이다.

인도 — 빙하호 붕괴 예측 불가능성을 인정하고 법제화로

네팔의 비극은 국경을 맞댄 이웃 국가에게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홍수 발생 이틀 후인 8월 28일 인도 영자 일간 <더 힌두>(The Hindu)는 "위로부터의 위험: 네팔 홍수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2023년 10월 시킴주에서 발생한 빙하호 붕괴 홍수 경험을 상기시켰다. 과학적 예측에 기대하기보다는 히말라야에 걸친 남아시아 국가들에 법제적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문은 실시간으로 빙하가 붕괴하는 순간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정부가 위험 지대 내에 들어선 무분별한 대형 프로젝트와 주거지 건설을 강력히 제한하는 법적 기준을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탄 — 새로운 재난 모델 촉구

이웃한 남아시아 국가 부탄 역시 지난 1994년 루게 초(Lugge Tsho) 빙하호 붕괴 홍수를 경험한 바 있다. 

부탄 매체 <비즈니스 부탄>(Business Bhutan)은 8월 29일 "이웃나라의 재난, 부탄에 보내는 경고"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네팔 홍수가 빙하와 암석 붕괴가 결합한 복합적 토석류(Debris flow)였음을 지적했다. 특히 다른 히말라야 지역처럼 부탄 역시 좁은 협곡을 따라 수력발전소, 도로, 송전선 등 인프라가 몰려 있는 특성을 고려해 강과 분지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재난 시나리오 설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번 네팔 재난처럼 빙하와 암석이 통째로 붕괴해 토석류가 복합적으로 몰아치는 새로운 형태의 고산 지대 재해는 기존의 단편적 모니터링 체계를 위협한다. 좁은 계곡 지대에 전력망과 도로, 마을이 집중된 부탄으로서는 산사태와 빙하 붕괴가 연쇄적으로 결합하는 재난 모델에 대한 전면적인 재평가와 대비가 시급한 시점이다.

또한 지구상에서 극지방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빙하를 보유하여 수천 개의 빙하호를 안고 있는 파키스탄 역시, 이번 참사는 이례적인 '블랙 스완'이 아니며 기후 가속화 시대에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상화된 위험'임을 상기시키며 철저한 선제적 대비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방글라데시 — 히말라야 낀 남아시아 지역 연대는 곧 생존

히말라야에서 흘러내려온 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위치해 홍수가 빈번한 방글라데시는 남아시아 지역 내 통합적인 빙하 모니터링 및 실시간 조기 경보 네트워크 공동 구축을 촉구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영자 일간 <더 데일리 스타>(The Daily Star)는 8월 27일 "네팔의 슬픔은 우리의 슬픔이기도 하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히말라야에서 발원한 강으로 연결된 남아시아 국가 간 연대는 각국의 생존과 이익에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슬기 skidolma@thedunia.org

카피에디팅 조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