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삭감된 구호자금, 버려진 세대… 세계 최대 난민촌은 지금 ‘희망 학살’ 중
By 니야못 울라(Niyamot Ullah)
콕스바자르, 방글라데시 –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 캠프 지평선 너머로 해가 저물면, 방글라데시 남부에 위치한 콕스 바자르(Cox’s Bazar)의 완만한 언덕 위로 무서운 정적이 내려앉는다. 이곳에 거주하는 110만 명 이상의 로힝쟈 난민들에게 밤은 더 이상 휴식의 시간이 아니다. 대신, 대나무와 방수포로 엮은 얇은 벽을 뚫고 들어오는 칼바람과 함께, 세상의 관심이 이제 자신들을 떠났으며 한 세대가 어둠 속에서 얼어붙도록 방치되었다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는 절망의 시간이다.
2026년 1월 현재, 이들이 인접국 미얀마 군사 정권에 의해 내몰려 정든 집에서 쫓겨난 지 어느덧 8년이 흘렀다. 오늘날 이들은 '지원 절벽'의 끝에 서 있다. 여전히 전쟁터인 고국과, 그들의 생존 비용을 지불하는 데 점점 인색해지는 국제사회 사이에 끼어버린 형국이다. 2017년 미얀마를 떠나 방글라데시 로힝쟈 난민캠프로 피신한 화학교사 니야못 울라의 특별 기고글을 전한다. - 편집자 주
"콕스바자르는 절박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가해진 예산 삭감의 여파가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입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2025년 5월 콕스바자르 로힝쟈 난민캠프 방문 당시 이와 같이 언급했다. 그의 말은 현재 방글라데시 내 인도적 구호 활동이 붕괴 직전에 직면해 있다는 암울한 현실을 강조한다.
이러한 구호지원금 감소는 전 지구적 우선순위의 격변에 따른 것이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예산 삭감은 캠프 내 주요 인프라와 생존 프로젝트들을 중단시켰다. 동시에 영국이 국방비 증액을 위해 해외 원조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로힝쟈 난민 캠프 운영 예산에는 거대한 공백이 생겼다.
그 결과는 로힝쟈 난민들의 뱃 속에서 가장 먼저 느껴진다. 2023년 이후 식량 배급량은 여러 차례 삭감되었으며, 가족들은 겨우 아사만 면할 정도의 쌀과 렌틸콩, 기름으로 한 달을 버틴다. 아이들의 영양실조율은 치솟고 있다. 산사태에 취약한 위태로운 언덕에 지어진 비좁은 텐트 안에서,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쌀 한 줌이라도 더 먹이기 위해 정기적으로 끼니를 거른다.
온기가 사라진 난민캠프의 연말 연초 겨울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의 과밀한 난민 캠프에 거주하는 110만 명 이상의 로힝쟈 난민들에게, 삶은 생존을 위한 매일의 투쟁이다.
수십년 동안 미얀마에서의 집단학살 폭력을 피해 도망쳐 온 이 공동체는 이제 방글라데시에서 심화되는 식량 부족, 극단적인 기상 현상, 이동의 제한, 반복되는 화재, 산사태, 그리고 줄어드는 인도주의적 원조라는 새로운 고난에 직면해 있다.
가족들은 언덕 위에 대나무와 플라스틱으로 지어진 임시 거처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이곳은 여름에는 폭염에 시달리고, 장마철에는 폭우로 침수되며, 겨울에는 얇은 방수포 벽을 뚫고 추위가 몰아친다. 기후가 변화하고 기온이 급격하게 변동함에 따라, 가장 몸이 약한 어린이들과 노인들이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다.
2025년 12월 겨울, 로힝쟈 난민 캠프에 해가 저물면 차가운 공기가 모든 대나무 거처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한다.
7살 소녀 수마이야(Sumaiya)에게 밤이란 바람이 너무 세게 불지 않기를 바라며 얇은 시트 한 장 밑에서 몸을 떠는 것을 의미한다. 수마이야의 어머니는 오래된 스카프로 아이를 감싸주려 노력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조용히 말했다.
“우리에게는 담요가 없어요. 매일 밤, 제 아이들은 추위 때문에 울어요.”



이번 겨울이 캠프에서 특히 혹독한 이유는 단지 날씨 때문만이 아니다. 국내외 비정부기구들의 지원이 급격히 감소한 탓이다. 심각한 자금 부족으로 인해, 많은 단체들이 더 이상 담요, 외투, 방한복과 같은 필수적인 겨울 용품을 제공할 수 없게 됐다. 과거에 겨울 지원 물품에 의지했던 가족들은 이제 빈손으로 추운 계절을 맞이했다.
그 영향은 아침 햇살 아래서도 선명히 드러난다. 아이들은 차가운 흙바닥 위를 맨발로 걷고, 아침 공기 속에 그들의 입김은 하얗게 변한다. 과밀한 거처 안에서는 타포린 벽 너머로 기침 소리가 울려 퍼진다. 최근 추위 노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질환인 폐렴, 발열, 심각한 호흡기 감염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7살 하심(Hasim)은 추위를 피하기 위해 팔을 문지르며 거처 밖을 걷는다. 그에게는 새 스웨터도, 양말도, 심지어 긴팔 셔츠조차 없다. “정말 추워요.”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그의 아버지는 예년처럼 NGO가 담요를 나눠주기를 희망했지만, 이번 겨울에는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단체들은 자금이 바닥났다고 말해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여기 있고, 여전히 고통받고 있습니다.”
캠프 전역에서 상황은 마찬가지다. 기온이 계속 떨어짐에 따라 가족들은 앞으로 다가올 수주를 두려워하고 있다. 방한복도 없고 추가적인 원조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천 명의 아이들이 심각한 질병의 위험에 처해 있다.
하지만 세상이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은 여전히 남아 있다. 로힝쟈 사람들은 기부자, 후원자, 그리고 인도주의적 파트너들이 따뜻한 외투와 담요, 겨울 필수품을 가지고 나서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하고 있다. 단 한 벌의 외투라도 아이를 질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담요 한 장이 한 가족이 밤새 안전하게 잠들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핍박받는 종족 로힝쟈의 ‘잊힌 역사’
현재의 위기는 길고도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현대적 장이다. 로힝쟈족은 수십 년 동안 미얀마 군부의 박해를 받아왔다. 1977년, 미얀마군은 라카인주에서 로힝쟈족을 뿌리 뽑기 위해 '용왕 작전(Operation Dragon King)'을 개시했다. 대량 학살과 끔찍한 성폭력은 20만 명의 사람들을 국경 너머 방글라데시로 몰아넣었다.
당시의 비극은 오늘날을 향한 유령 같은 경고가 된다. 2년 뒤, 박해의 현장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했던 1만 명 이상의 로힝쟈족은 방글라데시 남부에 지어진 초기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에서 굶어 죽었다.
이 패턴은 2017년 다시 정점에 달했다. UN 조사관들이 "인종청소의 교과서적 예시"라고 명명한 탄압으로 약 75만 명의 로힝쟈족이 콕스바자르로 쏟아져 들어왔다. 현재까지도 미얀마 내 교전이 계속되고 있는 탓에 안전한 귀환의 길은 보이지 않는다. 로힝쟈족은 이제 추위와 배고픔, 질병으로 인한 자신들의 죽음이 역사 속에서 다시 한번 간과될 것이라는 실존적 공포에 직면해 있다.
로힝쟈 난민들의 의사를 꿈꾸는 소년
이런 결핍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정신은 예상치 못한 형태로 지속된다. 18세 청년 예아서 아르파트(Yeaser Arfat)가 그 증거다. 그는 2017년 8월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의 지도 아래 미얀마 군부가 로힝쟈족을 향한 제노사이드(집단학살) 공격을 시작했을 때 미얀마 아라칸주를 탈출했다.
그와 그의 가족은 방글라데시로 피신하여, 현재 콕스바자르의 붐비는 난민 캠프에 거주하는 수십만 명의 로힝쟈족과 합류했다. 현재 그는 수마이야, 하심과 똑같이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고 위생 시설도 열악한 과밀 수용 시설에서 살고 있다.
올해 유니세프(UNICEF)가 지원하는 비정식 학습 센터의 11학년에 등록한 예아서는 설렘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교육이 그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에 설레지만, 12학년을 마치면 학업을 강제로 중단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불안하다. 난민 캠프에서는 고등 교육이 허용되지 않아, 재능 있는 로힝쟈 학생들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길이 없다.
그럼에도 예아서는 정밀한 실험 도구와 화학 시약이 필요한 '화학'을 공부한다. 캠프에는 시험관도, 분젠 버너도, 시약도 없다.


로힝쟈인 교사인 나는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예아서에게 11학년 화학을 가르쳐 왔다. 이 여정 내내 그는 매우 제한된 자원과 환경에서 공부하면서도 예외적으로 주의 깊고 혁신적이며 친근한 학생임을 증명해 보였다. 11학년의 화학은 실습 실험이 필수지만, 난민 캠프에는 필요한 실험실 자재나 시설이 전혀 없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예아서는 배움에 깊이 몰두하고 있다. 개념이나 화학 반응을 이해하지 못할 때마다 그는 적극적으로 질문하며, 주제를 철저히 이해하려는 진정한 호기심과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그의 학습을 돕기 위해 나는 그의 일상 경험과 관련된 실생활의 예시를 사용하여 복잡한 화학 개념을 설명한다. 실제 실험실에서 실험을 시연할 수는 없지만, 수업과 관련된 반응과 과정을 시각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관련 유튜브 교육 콘텐츠를 활용한다. 예아서는 이러한 설명을 집중력과 열의를 가지고 따라오며, 모든 학습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예아서는 의사의 꿈을 품게 된 까닭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공동체에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교육받은 의사가 없습니다. 열악한 생활 환경과 박해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그들을 치료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만약 누군가 제가 의사가 되려는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그것은 로힝쟈 공동체에 생명을 구하는 희망을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꿈은 실제적인 고통에서 비롯되었다. 캠프 내에서 밤중에 산모가 출산을 하거나, 아이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는 등 생명이 위급한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가족들은 의료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국제 및 국내 기구는 밤에 의료 서비스를 종료하기 때문에, 가장 결정적인 시간에 난민들은 갈 곳이 없다. 로힝쟈 사람들에게 매일 밤은 응답받지 못할 수도 있는 응급 상황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제도적 장벽: 난민캠프 교육의 유리 천장
그러나 예아서의 꿈은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방글라데시의 난민 캠프에서는 고등 교육이 공식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학생이 12학년을 마치면 학업 여정은 강제로 중단된다. 로힝쟈 난민들에게 허용된 대학교도, 직업 전문 대학도, 전문 자격증 과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정책은 고등 교육이 영구적인 정착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개최국 정부의 정치적 판단에 기인한다. 난민캠프 내 교육과정은 오직 미얀마 교육 체계만을 따르도록 되어 있으며, 이는 매일같이 멀어져만 가는 '고국으로의 귀환'만을 준비하게 한다.
예아서처럼 많은 다른 로힝쟈 어린이들도 공동체에 봉사하기 위해 의사, 교사, 엔지니어, 정치인 또는 리더가 되는 꿈꾸고 있다. 어떤 이들은 계속해서 희망을 붙잡고 있지만, 다른 이들은 12학년 이후의 기회가 차단된 가혹한 현실 때문에 이미 꿈을 포기했다. 그러나 예아서처럼 여전히 꿈을 꾸는 이들은 교육을 도구로 삼아 사람들이 살아남도록 돕고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겠다는 큰 꿈을 꾸고 있다.
예아서가 의사를 꿈꾸는 사연은 하나의 요구이자 긴급한 행동을 촉구하는 외침이다. 그와 같은 난민 어린이들이 12학년에서 멈춰 서게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고등 교육을 추구하고, 꿈을 이루며, 그 기술을 가지고 고통받는 공동체로 돌아갈 기회를 가질 자격이 있다.

예아서와 같은 아이들이 그토록 힘든 고난을 견뎌내면서도 여전히 인류에 봉사하는 꿈을 꿀 수 있다면, 세계는 그들의 곁에 서야 할 책임이 있다. 난민 캠프에서 12학년 이후의 교육을 지원하는 것은 단지 한 아이의 꿈을 실현하는 것만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에 치유하고 성장하며 살아남을 기회를 주는 일일 것이다.
국제사회의 양심을 향한 호소
2026년 로힝쟈족의 이야기는 두 개의 겨울에 관한 이야기다. 수마이야와 같은 아이들의 사지를 얼어붙게 만드는 물리적 추위, 그리고 그들의 생존에 필요한 자금을 동결시키는 외교적 추위다.
UN 사무총장이 지적했듯, 110만 명의 생존은 이제 줄어드는 원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만약 국제사회가 계속해서 발을 뺀다면, 이 '지원 절벽'은 거대한 공동묘지가 될 것이다. 로힝쟈족은 사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인간 존재를 위한 최소한의 기본권을 요구하고 있다. 밤을 견딜 담요, 하루를 버틸 식사, 그리고 미래를 건설할 교실 말이다.
예아서, 수마이야, 하심에게 겨울은 단순한 계절이 아니라 '지워지지 않기 위한 투쟁'이다. 제노사이드의 트라우마와 수년간의 배고픔, 자원 결핍을 견디면서도 의사가 되어 인류에 봉사하겠다고 꿈꾸는 예아서 같은 아이가 있다면, 세계는 그 아이의 곁을 지켜줄 도덕적 책임이 있다. 단 한 벌의 외투가 아이를 폐렴으로부터 지킬 수 있고, 단 한 장의 담요가 가족을 잠들게 할 수 있으며, 단 하나의 정책 변화가 재능 있는 학생을 공동체가 간절히 필요로 하는 의사로 만들 수 있다.
니야못 울라(Niyamot Ullah)는 현재 콕스바자르 난민 캠프에 거주하고 있는 로힝쟈 난민이자 화학 교사임.
번역: 이슬기 skidolma@theduni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