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론 디트와에도 꺾이지 않는 스리랑카 정신

사이클론 디트와에도 꺾이지 않는 스리랑카 정신
(출처: 코페르니쿠스)

2025년 11월 말과 격동의 12월 초, 섬나라 스리랑카는 기후 위기 가속화 시대에 취약성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기상학적 포위 공격을 받았다. 2004년과 2016년의 비극과 함께 국가 의식 속에 새겨질 이름인 사이클론 디트와는 대수롭지 않은 저기압으로 시작해 파괴적 재앙 엔진으로 변했다. 이는 성경에 나올 법한 대홍수를 일으켜 전국 25개 구역 중 22개 구역에 걸쳐 대규모 홍수와 땅을 뒤흔드는 산사태를 촉발했다.

홍수가 물러나기 시작하며 슬픔의 풍경이 드러났다. 2025년 12월 7일 현재 이 재난은 627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190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이며, 150만 명 이상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이것은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었다.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Anura Kumara Dissanayake)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선언했듯, “우리 역사상 가장 크고 도전적인 자연재해”였으며, 이 섬나라의 DNA에 새겨진 회복력에 대한 기념비적인 시험이었다.

전례 없는 파괴

역사적으로 사이클론의 직접적인 맹렬함에 익숙하지 않은 스리랑카에게 디트와는 시스템에 대한 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스리랑카인이 몬순의 변덕에 익숙하다지만, 이번 파괴의 단순 규모는 2004년 쓰나미를 연상시키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섬을 마비시켰다. 쓰나미는 거의 4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해안가의 비극이었지만, 일부 지역에 국한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사이클론 디트와는 국가 심장부를 관통하여 이전에 해안 폭풍으로부터 안전한 피난처로 여겨지던 중부 산악 지대와 내륙 구역을 황폐화시켰다. 기반 시설은 물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졌고, 필수 통신망은 붕괴했으며, 국가의 동맥인 도로, 수도관 및 전기망이 절단됐다.

인명 피해도 컸다. 산악 지역에서는 산사태가 차 농장과 마을을 휩쓸면서 온 가족이 젖은 흙 속에 묻혔다. 생존자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함께 통신 두절로 외부 세계와 단절된 고립의 트라우마를 견뎌야 하는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약 2만 명의 어린이가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은 사람 속에 포함돼 있으며, 실향과 어린 시절을 정의하는 안정을 잃은 고통에 직면했다고 추정한다.

이 재난의 잔혹성은 사이클론성 바람뿐만 아니라 이미 심각하게 포화된 지반에 5일간의 폭우가 선행된 상태에서 내린 전례 없는 강우 강도에 있다. 11월 28일 하루에만 하늘은 연간 강수량의 약 10%를 쏟아냈으며, 일부 지역은 24시간 동안 350mm가 넘는 강우량을 기록했고 섬 전체 평균은 200mm였다.

기후 변화라는 촉매제

이 비극에 대한 과학적 분석은 미래를 향한 암울한 경고를 보여준다. 캐나다 메모리얼 대학교 락쉬만 갈라게다라(Lakshman Galagedara) 박사는 BBC와 인터뷰에서 이번에 쏟아진 물의 양을 이해하기 위한 엄청난 측정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폭우가 절정에 달했을 때, 제곱킬로미터당 물 배출 강도가 아마존 강의 평균 배출 속도보다 훨씬 높았다고 계산했다. 토양이 이 갑작스러운 물의 부하를 흡수할 수 없었기 때문에 즉각적이고 치명적인 돌발 홍수가 발생했으며, 이어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치명적인 산사태가 발생했다. 중부 산악 지대는 이러한 지질학적 실패의 직격탄을 맞았으며, 캔디, 바둘라, 누와라 엘리야 구역은 각각 232명, 90명, 89명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이 극단적인 사건은 지구 단위 기후 위기와 연결되며, 인도양 지역에 새로운 기후위기 시대를 예고한다. 서호주 대학교 차리타 파티아라치(Charitha Pattiaratchi) 교수는 스리랑카 주변의 해수면 온도가 사이클론 활동을 유지하는 데 일반적으로 필요한 27°C 임곗값을 훨씬 넘어선 30°C를 돌파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열 이상 현상은 본질적으로 폭풍을 초강력 수준으로 만들어 이 위도에서 이전에 볼 수 없던 파괴적인 힘을 키웠다. 섬이 주기적인 사이클론을 경험했지만, 지구 온난화로 이러한 사건의 빈도와 규모가 모두 늘고 있다. 국지적이던 과거 폭풍과 달리, 디트와의 구름 범위와 영향은 사실상 전국을 아울렀다. 전문가들은 현대 통신 및 조기 경보 시스템이 수십 년 전보다 훨씬 우수해졌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폭풍의 강도가 강해지면서 공공 대응 및 토지 이용 관리에 대한 긴급하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지역 위기와 지정학적 해빙

피해는 스리랑카 해안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사이클론 디트와는 현지 삶을 파괴하고 이웃 국가까지 황폐화하면서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1,5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인도네시아는 거의 900명의 사망자가 확인됐고, 태국은 185명 이상을 잃었으며, 말레이시아는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지 고통에 대응하는 데 지정학적 복잡성과 인간 연민의 단순성이 극명하게 교차했다. 스리랑카 내 즉각적인 대응은 국내 회복력과 강력한 국제적 지원으로 강화된 거대한 다면 작전이었다. 스리랑카 3군(Tri-Forces)이 1차 구호 작전을 이끌다가 재난외교를 펼친 이웃국가들의 구호 임무가 시작되자 바로 합류했다.

깊은 지정학적 분열을 일시적으로 연결하는 놀라운 진전으로, 재난의 긴급성으로 핵무장 이웃 국가인 인도와 파키스탄 간 협력이 필요했다. 인도는 '사가르 반두 작전(Operation Sagar Bandhu-바다 건너의 친구를 의미하며, 사이클론 디트와 발생 후 인도가 스리랑카에 보낸 인도적 지원 임무)'하에 구호 물품과 수색 및 구조팀을 제공하며 가장 먼저 배치했다. 동시에 파키스탄 해군도 구호품을 보냈다.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지난 4월 인도와 긴장이 고조된 후 비행 금지된 인도 영공을 파키스탄 구호 비행기가 통과할 수 있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이웃 국가에 대한 원조를 방해하지 않도록 한 인도의 승인 덕에 뿌리 깊은 정치적 적대감을 상황에 따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미한 희망을 보여줬다.

국제 사회 동원은 신속하고 실질적이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사령부(INDOPACOM)를 통해 중요한 물류 지원을 제공했다. 또 C-130J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를 배치해 가장 피해가 심하고 고립된 고지대로 필수 보급품을 수송했다. 전 세계에서 재정 및 물적 지원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는 스리랑카의 오랜 외교 관계를 보여준다. 몰디브 등 작은 섬나라로부터 80만 달러 이상의 금액을 모금했고, 정부는 이 구호금으로 통조림 참치를 구매해 피해 지역에 보급했다. 네팔, 방글라데시, 아랍에미리트(UAE), 영국 모두 모기장부터 구조 차량에 이르기까지 긴급 물품과 구호자금을 기부했다. 일본은 일본국제협력기구(Japan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를 통해 31명으로 구성한 의료팀을 칠라우에 파견했으며, 중국은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국가 및 민간 부문 지원을 약속했다.

베풀고자 하는 본능

그러나 요동치는 물살과 국제 구호품 수송, 그리고 사이클론 디트와의 잔해에서 드러난 가장 강력한 이야기는 외국 원조나 정부 법령이 아니라 스리랑카 국민의 굴하지 않는 정신에 관한 것이다. 외부 관찰자에게는 이 현상이 기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스리랑카인에게는 본능이다. 눈물 모양의 섬나라 스리랑카에는 다나(Dana), 즉 베풂의 미덕 문화가 뿌리 깊다. 스리랑카는 2014년에 달성한 100% 자발적, 무보수 헌혈이라는 이정표를 가진 몇 안 되는 개발도상국 중 하나다. 무보수 헌혈 시스템은 강압이나 금전적 인센티브가 아니라 시민과 국가 간 이타주의적 심리 계약에 의존한다.

세계 많은 지역에서 자연재해는 생존을 위한 자기 보존 상태로 사람을 몰아넣는다. 그러나 12월 2일까지 국립 수혈 서비스(NBTS) 본부로 이어지는 거리는 이런 인간 본능과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저항과 압도적 관대함의 서사였다. 사이클론으로 인한 폭우와 물류 악몽에도 불구하고 스리랑카 사람들은 줄을 섰다. 구호품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몸을 내어주기 위해 몇 시간 동안 구불구불한 줄에 서서 기다렸다. 반응은 너무 즉각적이고 대규모여서, 처음 겪는 위기상황으로 인해 피 부족을 두려워하던 NBTS는 이제 전 세계 의료계가 부러워할 만한 헌혈 여유분 문제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 됐다. 

NBTS의 국장 락쉬만 에디리싱헤(Lakshman Edirisinghe) 박사는 이 대응의 규모를 강조하면서, 일일 혈액 수요인 1,500 유닛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헌혈 참여를 호소했는데, 대중의 반응이 이 필요를 훨씬 능가했다고 말했다. 재난 발생 첫 4일인 11월 29일부터 12월 2일 사이에 NBTS는 2만 유닛 이상의 헌혈 혈액을 받았다. 가장 가슴 따뜻해지는 사실은 5천 명 이상이 처음으로 국가의 부름에 응답하기 위해 나선 첫 헌혈 자원봉사자, 즉 젊은 남녀였다는 것이다.

이는 스리랑카에 뿌리내린 진정한 문화적, 종교적 가치인 단살라(Dansala) 전통을 보여준다. 이런 베풂의 정신은 이 땅의 특징이다. 5월과 6월의 불교 성월 동안 베삭(Vesak) 및 포손(Poson) 축제 방문객은 구석구석에서 볼 수 있는 무료 음식 가판대인 단살에 익숙하다. 불교 문화와 섬의 다민족 구성에 영향을 받아 스리랑카인은 고통받는 사람을 돕기 위해 지속적으로 나선다. 사이클론 디트와 때도 다르지 않았다. 자발적인 공동체 부엌이 정치적 개입 없이 완전히 자원봉사로 생겨났다. 누게고다(Nugegoda) 위제라마(Wijerama)에 있는 그러한 부엌 중 하나는 7일 동안 서부 지방의 피해 지역에 약 10만 개의 음식 꾸러미를 제공했다. 시민들은 물 한 병, 쌀 1킬로그램, 또는 자신의 집 정원에서 딴 과일이든 상관없이 가진 것을 가지고 나와 고통받는 동료 시민을 먹였다.

연대는 단순한 생계 이상으로 확장됐다.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 사람들, 심지어 피해를 적게 입은 지역 사람들도 낯선 거리와 진흙으로 막힌 집을 청소하기 위해 줄을 섰다. 남부 해안 지대에서 어부들은 자신의 배를 트럭에 싣고 내륙으로 이동하여 침수된 지역에서 구조 임무를 돕는 데 썼다. 이러한 연대의 물결은 해외까지 확장되어, 해외 거주 스리랑카인들이 정부가 설립한 기금에 기부하여 현재 약 LKR 7억에 달했다.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의회에서 이러한 집단적 노력을 인정하며, 국가의 진정한 힘은 국고가 아니라 국민의 마음에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여파

그러나 홍수 물이 빠지면서 진흙 속에서 드러난 경제적 피해가 우려스럽다. 2022년의 국가 경제 파산과 사이클론 홍수 피해 이후의 국가 재건이 장기 과제다. 홍수 피해 초기 정부 추산에 따르면, 복구 및 재건 비용은 60억 달러에서 70억 달러에 이른다. 이번 재난으로 고속도로 및 전력망을 포함한 중요 기반 시설이 광범위한 피해를 입었고, 수천 에이커의 농경지를 파괴해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깊은 구조적 취약성도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지역 비즈니스 커뮤니티, 디아스포라, 외국 기부자에게 긴급 지원을 호소했다.

디사나야케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에 29억 달러 구제금융 대출의 여섯 번째 분할금 지급 연기를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예상치 못한 재난 비용을 수용하기 위해 재협상을 원하고 있다. "IMF 이사회는 12월 15일에 3억 4천7백만 달러를 방출하기로 서명할 예정이었지만, 우리는 더 큰 분할금을 협상할 시간을 원하기 때문에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라고 정부는 AFP 통신에 밝힌 바 있다.

스리랑카는 사이클론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2억 달러의 추가 금융 지원을 요청했으며, IMF는 이 요청을 고려 중이다. 스리랑카 담당 IMF 미션 국장 에반 파파게오르기우(Evan Papageorgiou)는 스리랑카가 복구 및 재건을 위한 긴급 노력을 수행하는 동안 스리랑카 지원 기금 약속을 재확인했다.

재건과 반성

즉각적인 초점은 구호에 있지만, 재난은 필연적으로 국가 준비 태세에 대한 비판과 반성을 촉발했다. 정부의 지연된 대피 명령과 정부가 폭우 일기 예보와 조기 경고를 외면한 문제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야당은 정부 태만을 비난하며 법적 조치를 언급하기도 했다. 스리랑카는 재난 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파악하고 공공 교육에 막대한 투자를 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많은 시민이 이전의 국지적인 홍수 정도로 생각하다가 비극이 닥칠 때까지 대피 경고를 무시했다. 정부는 재정착 및 기반 시설 재건을 위한 광범위한 구호 패키지를 제공했지만, 완전한 회복을 위해선 스리랑카가 자연 재난을 관리하는 방식을 체계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이러한 암울함 속에서도 경제적 희망의 빛이 있다. 취약한 경제의 중요한 생명선인 관광 부문은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다. 산악 지대는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하리니 아마라수리야(Harini Amarasuriya) 총리는 섬나라가 방문객에게 안전하다는 것을 세계에 호소했다. 관광객 유입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으며, 남부 해안과 같은 지역에서는 평소와 같이 사업이 계속되고 있다. 재난으로 다친 관광객은 없으며, 관광 수입이 현재 진행 중인 경제 회복에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이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세계를 향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스리랑카는 피해를 입었지만 개방돼 있으며 그 정신은 꺾이지 않았다.

사이클론 디트와의 상처는 앞으로 몇 년 동안 눈에 띄겠지만, 보이지 않는 협력의 경험은 사회 통합의 동력이 될 것이다. 국경을 따지지 않는 기후 위기에 직면해 스리랑카는 겸허하고 영감을 주는 회복력을 보여줬다. 혈액 은행에 헌혈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의 긴 줄부터 침수된 거리를 항해하는 어부에 이르기까지, 스리랑카 사람들은 기후는 변할 수 있지만 스리랑카 영혼의 따뜻함과 관대함은 폭풍에 맞서서도 굴하지 않는 힘으로 남아 있음을 증명했다. 

취재: Methmalie Dissanayake   methu.pramudi@gmail.com 

메트말리 디사나야케(Methmalie Dissanayake)는 콜롬보 베이스의 취재기자

번역: 이슬기 skidolma@thedunia.org

카피에디팅: 조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