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니아, 캄보디아 스캠 조직 내부문건 입수… ‘연가 일수’까지 파악
프놈펜 — 한국인 ‘사이버 스캠’ 조직이 범죄 대상으로 삼은 사람의 개인정보를 사전에 치밀하게 수집해 범죄에 사용했음을 보여주는 범죄조직 내부 문건을 두니아가 입수했다. 두니아는 올해 초 캄보디아에서 붙잡힌 한국인 사이버 스캠 조직이 범죄에 활용한 문서 일부를 현지 독립언론사와 함께 확보했다. 이 문건에 따르면 해당 범죄조직은 범죄 피해자의 예금 등 자산 규모는 물론 사적 생활 정보 등도 낱낱이 수집해 파일로 관리해 왔다.
‘소득, 저축, 부채, 휴가 계획까지’...상세 개인정보 파악해 범행 이용
두니아와 캄보디아 독립언론 ‘메콩 인디펜던트’가 입수한 사이버 스캠 조직 내부 문건 가운데 하나는 자신들이 범죄 대상자로 찍은 사람의 각종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양식이다. 20여 가지 항목이 있다. 이 문건 상단에는 ‘고객이름’, ‘생년월일’, ‘연락처’, ‘연봉’, ‘직장명’ 등 기본 정보를 기재하게 돼 있다. 그 아래쪽에는 일련번호가 매겨진 ‘삼자분리 유/무’, 입출금 통장, 주식, 코인, 연가일수 등의 정보 입력란이 있다.

개인정보 입력 양식에 있는 ‘고객정보’의 고객은 사이버 스캠 조직이 자신들의 범행 대상으로 삼은 사람을 지칭한다. 놀라운 건 이들이 범죄 대상자의 소득 수준, 저축액, 계좌 정보 등 자산 현황을 상세하게 파악해 돈을 뜯어내는 데 활용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연가일수와 휴가 계획까지 알아내 기록했다. 이 사이버 스캠 조직이 범죄 대상자의 재정 상태를 정밀하게 파악한 뒤 연락하기 좋은 시간대와 동선 등도 확보해 범행을 실행했음을 시사한다.
'재산 조사' 빙자해 정보 탈취... 역할 분담해 체계적 관리
사이버 스캠 조직이 이처럼 상세하고 내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 및 금감원 등 금융당국 사칭과 '삼자 분리'라는 수법이 있었다. 두니아와 ‘메콩 인디펜던트’ 취재진이 입수한 입력 양식 상단에 “사무관"이나 "경찰" 이름을 적는 공란이 있어, 조직원이 수사기관이나 금융당국 관계자를 사칭해 피해자에게 접근했음을 보여준다.
지난 1월 12일 청와대 강유정 대변인은 ‘초국가범죄 특별대응TF’의 사이버 스캠 범죄 조직원 무더기 검거 소식을 브리핑하면서 해당 조직이 “캄보디아 프놈펜을 거점으로 검찰ㆍ금감원 등을 사칭하는 수법으로 피해자가 범죄에 연루된 것처럼 속여 숙박업소에 머물게 하는 방법으로 외부 연락을 차단해 셀프감금시켰다”고 발표했다. 또 재산조사가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금융 정보를 받아냈다고 밝혔다.
이 범죄조직은 여성 피해자들을 지속적으로 기망해 항거 불능 상태로 만든 뒤 금전을 빼앗고 나아가 성착취 영상을 촬영하게 하는 등 성범죄도 저질렀다. 실제 두니아가 입수한 내부 문건을 보면 이렇게 수사당국, 금융당국을 사칭해 빼낸 자산 현황 및 사생활 정보 등을 입력한 파일을 만들어 범행에 활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내부 문건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삼자 분리’라는 항목이다. 이 말은 범행 시 피해자에게 접근해 정보를 빼내는 유인책, 해당 정보로 돈을 뜯어내는 모금책, 자금 관리책 등을 분리해 삼자가 역할을 분담한다는 의미다. 사이버 스캠 범죄 고유 용어다.
캄보디아 사이버 스캠 조직, 165명에게서 267억 뜯어내
두니아와 메콩 인디펜던트 취재진은 이번에 붙잡힌 사이버 스캠 조직이 이 범죄 대상자 개인정보 입력 양식에 따라 실제 작성한 피해자 파일도 복수로 입수했다. 여기엔 피해자가 사용한 은행계좌와 신용카드, 체크카드 정보, 코인 거래 여부, 가족관계 등이 적혀 있다. 상단에는 범죄조직이 이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진행할 때 사칭한 사무관과 팀장 이름이 기재돼 있다.

이 사이버 스캠 조직은 이렇게 취득한 개인정보를 토대로 무려 165명의 피해자에게서 267억 원가량을 갈취했다.
범죄조직 문건에 '존버킴'... 거대 범죄 카르텔 관련 시사
두니아가 입수한 또 다른 내부 문건에서는 가상화폐 사기 사건 관련 인물인 일명 '존버킴(박모 씨)'과 그의 코인 사기 공범 최모 씨 이름이 나왔다. 해당 문건에는 자금 관리책으로 추정되는 6명의 이름과 함께 은행 및 코인 거래 플랫폼 정보가 "장주", "장준비", "동결" 등의 은어와 섞여 자필 메모 형태로 적혀 있다.

이는 박 씨와 최 씨가 올해 초 검거된 캄보디아 내 한국인 사이버 스캠 조직의 자금 흐름에 깊숙이 관여했거나, 이 조직이 박 씨 지휘를 받는 하부 조직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 경찰은 국정원, 캄보디아 경찰과 공조하여 지난 1월 5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츠바 암포우(Chbar Ampov)구 보레이 펭 훗(Borey Peng Huot) 주택 단지 내 건물 4곳을 급습해 검찰 등을 사칭해 이른바 ‘로맨스 스캠’(사이버 스캠 유형 중 하나) 범행을 자행해 온 한국인 26명을 체포, 송환할 계획이다.
글 이슬기 skidolma@thedunia.org
카피 에디팅 조연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