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정당화하는 말들: ‘자위권과 테러 척결’, 국제법상 전쟁의 합법적 근거인가?

전쟁을 정당화하는 말들: ‘자위권과 테러 척결’, 국제법상 전쟁의 합법적 근거인가?

2월 26일과 2월 28일 이틀 사이에 두 개의 전쟁이 일어났다. 아시아의 중요 절기 중 하나인 이슬람 단식월 라마단 기간이다. 파키스탄의 아프가니스탄 공습, 그리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은 각기 다른 지정학적 배경에서 촉발됐으나, 공격을 주도한 국가들이 내세운 명분은 놀랍도록 일치한다. 

파키스탄, 미국, 이스라엘은 상대국을 '테러의 온상', '실존적 위협', '테러리스트 은신처'로 규정하며 자신들의 무력 공격을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방적인 수사가 과연 국제법상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고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합당한 근거가 되는지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실존적 위협과 테러 지원국"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타격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공습을 자국민 방어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조치로 포장했다. 

▲2026년 2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공격 관련 연설 장면. (출처: X)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28일 이란을 "세계 1위의 테러 지원국"이자 "사악한 집단"으로 규정하며, 이번 작전이 이란의 임박한 위협에서 미국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2026년 2월 28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이란 공격 관련 발표 장면. (출처: X)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이란을 "살인적인 테러 정권"으로 칭하며, 이번 작전이 "테러 정권이 제기하는 실존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정상은 이러한 수사를 근거로 이란의 미사일 산업, 해군, 핵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파괴를 정당화했다.

"테러리스트 은신처를 향한 자위권" — 파키스탄의 아프가니스탄 타격

2월 26일 아프가니스탄을 공습한 파키스탄의 논리도 동일한 궤를 그린다. 파키스탄 정부와 의회는 아프가니스탄이 “인도의 대리인"이자 "전 세계 테러리스트의 은신처"가 되었다고 비난했다. 

▲2월 26일 파키스탄 외교부가 공개한 아프가니스탄 공격 관련 보도자료(출처: X)

파키스탄 외교부는 아프가니스탄 영토 내 테러 단체의 공격에 대응해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자위권' 차원의 정밀 타격이었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무부 또한 "탈레반이 대테러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아프가니스탄을 끔찍한 공격 기지로 방치하고 있다"며 파키스탄의 자위권 행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기시감: 2003년 조지 W. 부시의 이라크 공격 연설과 놀라운 평행이론

흥미로운 점은 미국, 이스라엘, 파키스탄 지도자가 내세운 명분과 수사가 2003년 이라크 침공 직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했던 대국민 연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 선제공격의 자위권화: 부시 전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적이 공격한 후 대응하는 것은 자위권이 아니라 "자살 행위"라며 테러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선제 타격을 합법적 안보 조치로 규정했다. 이번 이란 공습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임박한 위협을 제거해 국민을 방어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 '체제 전복'을 '해방'으로 포장: 부시 전 대통령은 이라크 국민을 향해 "독재자는 곧 사라질 것이며, 해방의 날이 머지않았다"며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릴 것을 촉구했다. 이번 공습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역시 이란 국민에게 직접 "폭정의 멍에를 벗어던지고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라"고 선동하며 정권 교체를 노골적으로 부추겼다.
  • 적국 군대를 향한 최후통첩: 부시가 이라크 군에 "죽어가는 정권을 위해 싸우지 말라"고 경고했듯,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란 혁명수비대를 향해 "무기를 내려놓고 면책을 받거나, 아니면 확실한 죽음을 맞이하라"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과거 부시의 '선제적 자위권' 주장은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정당성을 크게 상실했던 것처럼, 현재 '위협'과 '테러'라는 자의적 규정으로 타국 영토에 폭탄을 투하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행위 역시 국제법의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 제기: '위협'과 '테러'라는 수사, 선제공격의 합법적 면죄부인가?

공격을 감행한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자국이 직면한 '실존적 위협'과 상대국의 '테러 지원'을 부각하며 국제법상 '자위권'을 전쟁 근거로 차용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국제법상 타국의 영토에 폭탄을 투하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공격을 받은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은 이를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자 주권 침해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관련 이란 외교부 성명서 (출처: X)

이란 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타국의 영토 보전 및 정치적 독립에 반하는 무력 행사를 금지한 '유엔 헌장 제2조 4항'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아프가니스탄 국방부 역시 파키스탄의 민가 및 종교 시설 폭격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자 자신들의 정보전 실패를 가리기 위한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가장 큰 모순은 가해국들이 내세운 '자위권' 논리가 피해국들에 의해 그대로 반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은 유엔 헌장 제51조에 명시된 합법적 방어권을 근거로 침략자에 무력 대응을 선언했다. 아프가니스탄 역시 파키스탄 국경 초소에 대한 대대적인 포격 작전을 자국 영토 보전과 주권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보복'으로 규정했다. 파키스탄이 자위권을 주장하며 유엔 헌장을 언급한 것과 완벽히 같은 논리 구조다.

확전의 불길과 주변국들의 반발: 연쇄적인 자위권의 덫

문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에 '합법적 방어권'을 주장하며 반격에 나선 이란이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요르단 등 주변 아랍 국가 영토까지 탄도미사일로 타격하면서, 자위권으로 시작된 전쟁이 또 다른 자위권을 명분으로 역내에서 걷잡을 수 없이 확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의 카타르 미군 주둔지 공격 관련 카타르 언론소통부 성명서. (출처: 미국 백악관 X)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의 공격을 "국가 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라고 규탄하며, 자국의 주권과 안보를 지키기 위해 국제법에 따른 방어 조치에 나설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란의 사우디 아라비아 미군주둔지 공격 관련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 성명서. (출처: X)

말레이시아의 안와 이브라힘 총리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이 진행 중이던 협상을 방해하고 중동을 파국으로 몰아넣는 비열한 시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외교 협상 실패와 군사적 긴장 고조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쁘라보워 수비안또 대통령이 직접 이란을 방문해 중재에 나설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 미국 및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관련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의 입장.(출처: X)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관련 인도네시아 외교부 입장문. (출처: X)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국경 분쟁에도 국제사회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양측의 유혈 충돌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휴전을 촉구하고 적극적인 중재 의사를 밝혔다. 

▲ 파키스탄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우려를 표하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입장.(출처: X) 

요르단 역시 국경 충돌 상황을 주시하며 주권 존중과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파키스탄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관련 요르단 외교부 성명서. (출처: X)

피격 당사국인 이란조차 자국 외무장관을 통해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간의 대화를 촉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의 아프가니스탄 공격 관련 이란 정부의 입장문. (출처: X)

한편 분쟁 지역에 있는 자국민을 향한 각국의 철수 명령도 잇따랐다. 일본, 태국, 네팔 정부 등은 자국민 보호를 위해 비상 연락망을 가동하고 상업용 항공편이 끊기기 전 이란과 이스라엘을 즉시 탈출하거나 안전 대피소로 가라고 긴급 지시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관련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입장문. (출처: X)

결론: 국제법 사각지대에서 반복되는 선제공격과 확전의 악순환

'테러의 온상', '실존적 위협'이라는 구실은 2003년 조지 W. 부시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국민 지지를 결집하고 선제적 공격을 정당화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정치적 수사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특정 국가가 자의적으로 상대국을 '위협'으로 규정하고 이를 근거로 무력을 먼저 행사하는 것을 용인한다면, 영토 보전과 주권 존중이라는 국제법 기본 원칙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안보'와 '자위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선제타격 논리는 결국 상대국의 무차별 보복을 낳아 주변국 주권까지 도미노처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국제사회를 걷잡을 수 없는 무력 충돌의 악순환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슬기 skidolma@thedunia.org

카피 에디팅  조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