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지워진 목소리를 찾아서
– 두니아 특별 라이브 대담 "누가 이란 전쟁을 원했나"
By 이슬기
지난 2월 26일 파키스탄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에 이어,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지역에 또다시 참혹한 전쟁이 발발했다. 언론에서는 연일 전황 지도와 군사적 분석, 외교 전략과 방산 주식에 대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바쁜 논의 속에서 정작 폭탄이 떨어지는 현장 시민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이에 2025년 11월 창간한 비영리 독립 언론 '두니아(Dunia)'는 지난 3월 12일, 군사 전문가가 아닌 현장 취재 기자, 시민사회 활동가, 중동 지역 개발학 학생을 초청해 라이브 대담을 진행했다. "누가 이란 전쟁을 원했나"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대담에는 이유경 국제문제 전문 자유기고가, 홍명교 국제연대 평화운동 플랫폼C 활동가, 이지원 중동 지역 전공 학생이 패널로 참여해 전쟁의 이면과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진실을 파헤쳤다.
치밀하게 기획된 침공, 그리고 '정권 교체'라는 기만적 명분
패널들은 이번 전쟁이 결코 우발적 충돌이 아닌, 이스라엘과 미국에 의해 치밀하게 기획된 침략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유경 기자는 공습 하루 전날인 2월 27일,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이 필수 인력을 제외한 자국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는 점을 지적하며, 오만의 중재로 이란의 양보를 이끌어내던 협상 국면을 뒤통수친 비열한 기획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이 전쟁의 핵심 주체는 '이스라엘'이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정권 교체(Regime Change) 수준이 아닌 체제 붕괴(Total Collapse)로 몰아넣어, 중동 지역 내 자신들의 영토적·물리적 확장을 꾀하는 '그레이터 이스라엘(대이스라엘)' 어젠다를 실현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민주화와 여성 인권 보호, 핵무기 개발 저지 등을 예방적 타격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외부의 군사 개입으로 민주주의가 달성된 역사적 전례는 없으며, 과거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알 수 있듯 제국주의 국가들이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여성과 인권을 값싼 협상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는 날선 비판이 제기되었다.
붕괴된 국제법과 참혹한 민간인 학살
대담에서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군사적 행위가 명백한 불법이자 전쟁 범죄라는 점이 거듭 강조되었다. 전쟁 개시 직후, 이란 미나브에 위치한 샤자레 타예베 여자 초등학교가 폭격당해 최소 168명의 어린이가 희생되었고, 병원과 레바논의 피난민 캠프, 연료 저장 시설 등 민간 시설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이지원 학생은 과거 팔레스타인에서 아이들이 살해당하고 병원이 공격받았을 때 국제 사회가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았던 점을 꼬집었다. 이유경 기자 역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의 제노사이드를 통해 "이렇게 해도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철저히 학습했으며, 불처벌(Impunity) 관행이 계속되는 한 이스라엘의 확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왜곡된 여론 속 지워진 이란 민중의 목소리
이번 대담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진 대목은 철저히 소외된 이란 내부 시민들과 소수민족의 목소리였다. 서방 언론과 한국 언론은 전쟁을 환영하는 북미 지역의 이란 왕당파(팔레비 왕조 지지자)나 극우 세력의 목소리를 마치 이란 민중의 뜻인 양 과대 포장해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란 현지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이슬람 신정 체제에 반대하며 두 달 가까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던 이란 시민들은, 외부의 침략으로 인해 시위 동력을 상실하고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 오히려 이란 경찰청장은 "적과 같은 목소리를 내면 이적죄로 처벌하겠다"며 전쟁을 핑계로 체제 억압을 정당화하고 있어, 미국의 공습이 이란 정권의 생명만 연장해 주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대담자들은 주류 언론이 외면한 이란 내 진보 진영과 노동조합의 성명을 조명했다. '3월 8일 여성조직'은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을 위해 학살을 이어가고 있다"며 억압 없는 사회를 이란 민중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란 노동연맹 역시 "노동 계급이 전쟁에서 얻을 이익은 없다"며 침략 전쟁과 이슬람 공화국 체제 양측 모두를 비판했다. 쿠르드족 방명 정부와 정당들 또한 자신들을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체스판의 말'로 취급하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방산의 호황에 열광하는 언론과 침묵하는 한국 정부
전쟁의 참상을 보도해야 할 한국 언론의 척박한 현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언론은 민간인 학살이나 이란 내 다양한 시민 사회의 목소리를 취재하기보다, LIG넥스원 등 '방산주'의 급등과 국제 유가 변동에만 초점을 맞춘 자극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더블탭(Double Tap) 공격과 같은 잔혹한 폭격 방식이나 현지의 고통은 철저히 지워진 채, K-방산 무기가 위력을 발휘했다는 식의 국수주의적 보도가 주를 이루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정부의 태도다.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는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이스라엘 대사를 만난 행보를 강하게 비판하며, 정부가 뚜렷한 외교적 철학 없이 모호한 줄타기 외교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전쟁 범죄에 단호한 입장을 내지 않고 오히려 UAE에 탄도 요격 미사일을 수출하는 등 분쟁에 발을 담그는 행위는, 한국을 국제법 질서 파괴의 공범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패널들은 스페인 등 중견국들이 자국 대사를 철수시키며 이스라엘에 강경한 외교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 점을 언급했다. 한국 정부 역시 단순히 민주주의와 산업화의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주권 국가에 대한 침공과 초등학생 등 민간인 학살에 대해 분명한 규탄 입장을 밝히고, 이스라엘 대사를 추방하는 수준의 강력한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글로벌 반전 평화 연대의 필요성
두니아의 라이브 대담은 "이 전쟁이 결코 이란 민중이 원한 전쟁이 아님"을 명확히 확인하는 자리였다. 폭탄이 떨어지는 전쟁터에서 승자는 무기를 파는 권력자들뿐이며, 희생당하는 것은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평범한 시민들이다.
대담을 마무리하며 패널들은 극단적인 혐오와 진영 논리를 넘어, 전쟁과 학살, 억압을 반대하는 이란 시민들의 입장에 서서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신뢰가 무너지고 불처벌 관행이 득세하는 지금, 무기력에 빠져 침묵하기보다는 반전과 평화를 외치는 전 세계 시민들의 연대만이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글 이슬기 skidolma@theduni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