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같은 윤석열, 자민당 같은 국민의힘을 꿈꿨나

아베 같은 윤석열, 자민당 같은 국민의힘을 꿈꿨나
이 기사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와 아시아 전문 탐사보도 매체 <두니아(Dunia)>가 공동기획·취재했습니다. <두니아(Dunia)>는 뉴스타파와 뉴스타파 함께재단이 운영하는 '독립언론 100개 만들기 프로젝트', 뉴스타파저널리즘스쿨(뉴스쿨)을 통해 창간한 독립언론사입니다. 뉴스타파는 '뉴스쿨 프로젝트'를 통해 배출된 독립언론사들과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KINN)를 구성해 연대-협업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유례를 찾기 힘든 종교와 정치의 결탁 사건이 벌어졌다. 통일교의 돈과 사람이 윤석열이라는 권력을 만나 최악의 정교유착 사건이 됐다. 통일교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일본에서 벌여 온 방식을 따라한 일종의 모방 범죄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타파와 두니아는 통일교가 반세기 넘는 시간을 들여 성공적인 정교유착 모델을 만들어 낸 일본을 찾아가 통일교와 윤석열 세력이 꿈꾼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는지 직접 확인했다.

아베 신조 총격범 야마가미 "아베의 '통일교 옹호'가 범행 동기"

2022년 7월 8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백주대낮에 피살됐다. 총을 쏜 사람은 '야마가미 데쓰야'. 모친이 통일교인인 평범한 40대 남성이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총격범 야마가미 데쓰야 (출처: 아사히신문)

현장에서 붙잡힌 그는 통일교의 지나친 헌금 요구로 자신의 가정이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삭제된 그의 X(트위터) 계정에는 통일교와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글이 있었다.

내가 14살이었을 때, 우리 가족은 파국을 맞았다. 통일교라는 곳은 가족으로부터  절도·횡령·사기까지 해서 뜯어낸 돈을 전부 상납하게 만드는 집단이다. 버블 붕괴 이후 힘겹게 살던 일흔 넘은 할아버지는 결국 어머니에게 분노했다. 아니, 분노라기보다는 절망했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그가 칼을 들이댄 것도 바로 그때였다.
- 야마가미 데쓰야 (X에 올린 글)

야마가미는 범행 하루 전 아베 전 총리 사살을 예고하는 편지도 남겼다.  

아베 총리를 매우 싫어하지만, 본래의 적은 아니다. 현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통일교 옹호자 중 한 명일 뿐이다. 아베의 죽음이 초래할 정치적 결과나 의미를 생각할 여유는 없다. 
- 야마가미 데쓰야 (2022년 7월 7일, 통일교 비판 블로거에게 보낸 편지) 

아베 전 총리는 통일교와 매우 특별한 관계였다. 2021년 9월 통일교 관련 단체인 천주가정연합(UPF)이 개최한 행사에 동영상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을 정도다.

아베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반공 구실로 통일교 교주 문선명과 손잡아

아베 전 총리와 통일교의 관계가 처음 시작된 건 1960년대, 아베의 외할아버지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정치인 중 한 사람인 기시 노부스케 전 일본 총리 때였다. 

기시 노부스케와 통일교 교주 문선명은 공산주의에 맞서 싸운다는 구실로 손을 잡았다. 문선명은 훗날 아베 전 총리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를 자신이 정치적으로 성장시켰다고 자랑할 정도였다.  

자민당이라든가 공산당 등 당을 움직이는 경제요원들을 우리에게 돌려놓자 이겁니다. 이걸 하기 위해서 일본 정치, 정계의 유력자인 기시 수상을, 기시 노부스케라고 하는 사람이 일본에서 신망이 좋기 때문에 이 사람을 일본 의회의 내무위원회와, 사사카와 영감이랑 짬뽕시켜 가지고 우리 계획대로 춤추게 해 놓았다구요. 그래서 대성공을 했기 때문에 우리와 상당히 관련돼 있고...
- 문선명 (문선명 선생 말씀전집 160권)

통일교 문제를 수십 년간 취재해 온 일본 탐사보도 전문매체 <탄사>의 와타나베 편집장은 아베 일가와 통일교 유착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1967년 야마나시현에 있는 모토스호라는 호수가 있는데, 이때 문선명, 사사카와 료이치, 그리고 코다 요의 대리인이, 여기서 이렇게 비밀리에 만납니다. 그리고 1968년에 한국과 일본에서 국제승공연합이 정식으로 발족합니다. 이때 발기인이 기시 노부스케, 사사카와 료이치, 고다마 요시오, 이 세 분이 발기인이 됩니다.
- 마코토 와타나베 (일본 탐사보도 전문매체 '탄사' 편집장)

통일교가 ▲아베 일가와의 교류를 내세우고 ▲자민당에 영향력을 행사해 ▲일본에서 조직의 규모를 키운 건 분명한 사실이라는 주장이다.

자민당과의 관계에서 더 큰 이익을 얻는 쪽은 통일교 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베 신조, 그러니까 아베 총리가 통일교 모임에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은 통일교 집회에 자민당 정치인이 와 있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거죠. 이런 식으로 “우리는 자민당 의원들, 자민당 정치인들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단체다”라는 걸 과시하는 겁니다. 자민당과 얼마나 가깝게 지내는지를 내세움으로써, 통일교라는 조직이 가진 영향력과 위력을 부풀려 보여주는 겁니다.
- 마코토 와타나베 (일본 탐사보도 전문매체 '탄사' 편집장)

통일교가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 그리고 최측근인 권성동 등을 돈으로 포섭하고 ▲국민의힘의 각종 당무에도 개입한 뒤 ▲유엔 사무국 한국 유치와 아프리카 지원 같은 통일교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려 했던 것과 매우 유사해 보인다. 

통일교, 자민당 지원에 힘입어 빠르게 신도 늘려

통일교는 기시 전 총리를 비롯한 거물급 자민당 정치인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일본에서 빠르게 신도를 늘려갔다. 

일본 법원이 공식 인정한 통일교의 헌금 강요 피해액만 약 2,000억 원. 지난 40여 년 동안 발생한 피해액이 1,200억 엔, 우리 돈 1조 원이 넘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모든 재산을 신에게 전부 바치라고 하는 것이 유감스럽게도 통일교의 가르침입니다. 그 결과 가정 붕괴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건 그냥 단순한 책인데요. 3천만 엔(약 3억 원)입니다. 신자 한명당 네 권이고 다섯 권이고 강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와타나베 히로시 (전국영감상법대책연락회 변호사)

통일교가 일본에서 뿌리내릴 수 있게 도와준 자민당과 아베 전 총리 일가. 아리타 요시후 일본 중의원은 통일교와 자민당이 마치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존해왔다고 말했다.

일본 국회의원들에게는  통일교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선거 지원을 해주는 셈이니까, 이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서로를 돕는 관계가 계속돼 왔죠. 한편 통일교 입장에서는 국회의원들을 움직여서, 예를 들어 1985년에는 스파이방지법 제정을 추진하게 한다든가, 혹은 최근이라면 부부별성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늘리는 식으로, 자신들의 이익에 맞는 방향으로 정치에 관여해 왔습니다. 이처럼 서로의 이익을 공유하며 의지해 온 관계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피격되기 전까지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채 일본 정치의 바닥에서 움직여왔던 겁니다. 그 사건이 일어나면서 그동안 숨겨져 있던 이러한 구조가 한꺼번에 드러나게 된 것이 지금의 상황입니다.
- 아리타 요시후 (일본 중의원)

통일교가 지난 수십년 간 일본에서 벌이고 성공시켜 온 일들은,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만약 윤석열 김건희 부부와 통일교의 추악한 거래가 드러나지 않았다면, 윤석열의 불법 비상계엄이 성공해 모든 진실이 감춰졌다면, 윤석열 부부와 국민의힘에 돈과 사람을 댄 통일교의 야심대로 우리나라는 정치와 종교가 하나되는, 특정 종교의 입맛에 맞게 국정이 좌지우지되는 그런 나라가 됐을 수도 있다.

취재 이슬기 기자 - skidolma@thedunia.org